이미지 크게보기 ‘아름다운 이야기할머니’ 선발은 경쟁이 치열할 뿐 아니라 교육과정도 길고 엄격하다. 제10기 이야기할머니의 면접 모습(왼쪽 사진). 교육과정을 마친 제9기 이야기할머니들이 수료식에서 스카프를 던지며 기뻐하고 있다.(오른쪽)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아름다운 이야기할머니’ 사업

지난 16일 오전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의 한 빌딩. 공을 들여 곱게 화장하고 머리를 새로 한 게 분명한 여성 노인들이 긴장된 표정으로 무언가를 대기하고 있다. 침묵이 흐르는 가운데 꽉 다문 입매 사이로 결연한 의지를 보이는 이가 대다수이고, 그중엔 옆자리 사람과 가벼운 인사로 긴장과 떨림을 잊어보려는 사람도 있었다.

다름 아니라 서울과 경기, 인천 지역의 제10기 ‘아름다운 이야기할머니’ 선발 면접을 기다리는 할머니들이다. 서울뿐 아니라 전국에서 면접이 진행됐고, 3.6대 1의 경쟁률을 보이며 549명이 최종 선발됐다. 특히 서울 동남권 지역으로 묶인 강동구와 송파구는 2명 선발에 54명이 지원해 27대 1을 기록했다.

이들 합격자는 6개월간의 교육을 거쳐 내년부터 활동하게 된다. 제10기 이야기할머니 선발모집은 만 56세(1962년생)에서 만 70세(1948년생)까지의 여성을 대상으로 지원서를 접수했다.

면접을 마친 강정수(57) 씨는 “젊어서 은행원으로 잠시 일했지만, 퇴직한 지 20년이 지났고, 부모님을 요양하며 살았다”며 “이제는 즐거운 봉사를 찾아봐야겠다 싶어 제 장점인 맑은 목소리와 평소 칭찬을 잘하는 점을 적극 활용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으로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윤영희(60) 씨는 “평생 주부로만 살았는데, 이 나이 때가 되면 보통 우울감이 찾아온다. 대학 때부터 교육에 대한 관심이 있었고, 그 꿈을 실현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아름다운 이야기할머니사업은 2009년 대구·경북 지역에서 1기 이야기할머니 30명으로 처음 시작됐다. 이야기할머니가 유아교육기관을 직접 방문해 유아들에게 선현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유아들에게는 올바른 인성함양 기회를, 여성 노인에게는 사회 참여 기회를 제공하며, 전통문화 전승과 조손세대 간 소통을 도모한다. 세대를 뛰어넘는 정서적 교감과 교육적 효과가 큰 것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올해에는 2400여 명의 이야기할머니와 7300여 개의 유아교육기관이 참여해 약 47만 명의 유아와 세대 간 따스한 정을 나눌 예정이다.

사업을 주관하는 한국국학진흥원의 이용두 원장은 “지금까지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이야기의 발굴, 체계적인 교육연수와 활동 지원을 통해 사업의 내실을 다지며 노년의 행복과 유아들 인성함양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위해 매진할 계획”이라며 “이미 호주의 시드니 한국문화원에 이야기할머니 사업을 전수해 사업을 진행한 경험을 토대로 해외 교포사회의 한국유치원 등을 대상으로 이 사업을 보급하는 일도 시도해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야기할머니에게 지급되는 활동비와 관련해 이 원장은 “사업 초기에 정해진 활동비가 10년에 이르는 현재도 3만5000원으로 동결된 상태로 이야기할머니들의 사전준비, 교통비와 식비 등을 생각하면 죄송스러운 마음”이라면서 “사업비를 지원해주는 예산부서와 지방자치단체 등과 협의를 통해 활동비를 인상하는 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