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용산참사 댓글공작 정황
檢, 靑 관여 집중적으로 조사

이명박 정부 시절 국군기무사령부의 ‘댓글공작’을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는 배득식 전 기무사령관(예비역 중장)이 17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검찰은 당시 기무사 최상급자인 배 전 사령관을 정면으로 조준하며, 군 댓글공작 전반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농후한 MB정부 당시 청와대 관계자들을 겨냥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국가정보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은 이날 배 전 사령관에게 기무사의 댓글공작을 청와대에 보고했거나 이를 지시받았는지 추궁했다. 배 전 사령관은 이날 검찰 조사에 들어가기 전 ‘혐의를 인정하느냐’‘청와대의 지시가 있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만 했다.

검찰에 따르면, 배 전 사령관은 2010년 4월부터 2013년 4월까지 기무사령관을 지내며 댓글공작 조직인 ‘스파르타’ 운영을 주도, 사이버상에서 야권 정치인 등을 비난하고 정부 정책을 지지하는 내용의 댓글을 달게 하는 등 직권을 남용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스파르타’가 4대강 사업 등 이명박 정부 중점 정책과 용산 참사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 댓글 공작을 벌인 정황을 검찰은 확인했다. 배 전 사령관은 또 2011년 말 민간 포털사이트 및 트위터 등에서 정부 정책을 비난하는 이른바 ‘극렬 아이디’ 1000여 개의 신원을 파악해 그 현황을 청와대에 보고하도록 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배 전 사령관이 독단적으로 이 같은 정치관여 행위를 했을 리 없다고 보고, 청와대의 관여 정황을 집중적으로 확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조만간 배 전 사령관과 당시 참모장이었던 이모 예비역 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국방 사이버 댓글조사 태스크포스(TF)는 배 전 사령관의 부하였던 당시 기무사 보안처장 강모 대령과 사이버첩보분석과장이었던 박모 대령 등을 이미 구속 기소한 바 있다. 검찰이 당시 기무사 최상급자의 댓글공작 관여 정황까지 포착함으로써 향후 검찰의 수사는 기무사의 댓글공작을 청와대가 지시했는지 등 ‘윗선’을 규명하는 데 집중될 전망이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