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고 김용근 선생 탄신 100주년 된 지난해 10월 28일 제자들이 광주 서구 광주학생교육문화회관 잔디광장에서 스승의 흉상 제막을 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정찬용(앞줄 왼쪽 여섯 번째) 전 청와대 인사수석, 황지우(흉상 오른쪽 모자 쓴 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김양래(가운데줄 왼쪽 첫 번째) 전 5·18기념재단 상임이사, 이승우(〃세 번째) 가천대 명예교수, 조현종(〃다섯 번째) 전 국립광주박물관장 등이 함께했다. 석은 김용근선생 기념사업회 제공

‘김용근 기념사업회’ 전주·광주·전남·광주일고 출신 제자들

정찬용 前 수석 · 황지우 시인 등
고교 시절 배웠던 100여 명 회원
올해는 ‘위안부’ 쓴 日기자 수상

고교 시절 스승의 은혜를 잊지 못한 제자들이 타계한 스승의 이름을 딴 교육상을 제정해 24년째 시상하고 있어 화제다. 스승이 거쳐 간 4개 고교 졸업생들이 합심해 기념사업회를 운영하는 것도 이례적이다.

화제의 주인공은 ‘석은(石隱) 김용근 선생 기념사업회’ 회원들로, 15일 오전 11시 광주 서구 광주교육문화회관 잔디 광장의 김용근(1917∼1985)선생 흉상 앞에서 제24회 ‘김용근 민족교육상’ 시상식을 가졌다. 이번 수상자는 1991년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최초로 일본사회에 제기했던 전 아사히(朝日)신문 기자 우에무라 다카시(植村隆) 씨다.

기념사업회 회원들은 선생이 1954년부터 1976년까지 차례로 부임해 국사와 세계사를 가르쳤던 전주고, 광주고, 광주일고, 전남고 등 4개 고교의 제자 100여 명으로 구성돼 있다. 회장을 맡은 정찬용(67) 전 청와대 인사수석은 “광주일고 2·3학년 때 선생님께 세계사를 배웠는데, 그분은 단편적인 역사 지식이 아닌, ‘사람답게 사는 길’을 가르치셨다”며 “교탁을 손으로 내리치고 발을 굴러 감동적으로 강의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회고했다. 전주고 출신인 정선식(77) 전 전남대 의대 학장은 “그분의 국사 강의에는 어느 누구도 흉내내기 힘들 만큼 역사의식을 일깨우는 깊은 사상이 깃들어 있었다”며 “불의에는 단호하면서도 제자들에게 한없이 따뜻한 스승이셨다”고 기억했다. 기념사업회 활동에는 황지우(시인)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이승우(법학) 가천대 명예교수, 오재일(행정학) 전남대 명예교수, 고형일(교육학) 전남대 교수, 은우근(신문방송학) 광주대 교수, 정상용 전 국회의원, 김용채 전 광주지방변호사회장, 조현종 전 국립광주박물관장, 김양래 전 5·18기념재단 상임이사 등이 적극적이다.

기념사업회는 ‘김용근 민족교육상’을 제정해 1995년부터 해마다 다양한 분야의 사회활동가들을 수상자로 선정해왔는데, 상금 300만 원은 제자들의 기부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스승의 탄신 100주년이 된 지난해 10월 28일에는 흉상을 제막하고, 추모 문집도 재발간했다.

전남 강진 태생인 김용근 선생은 평양 숭실학교 재학 중 신사참배를 거부해 요시찰 인물로 지목됐다가 졸업 후 치안유지법 위반 혐의로 두 차례에 걸쳐 3년여 옥고를 치렀다. 연세대 사학과를 졸업한 선생은 교직을 떠난 후인 1980년 6월 5·18 관련 지명 수배 중이던 제자들을 자택에 숨겼다는 이유로 기소돼 징역 8월에 집행유예 1년 6월을 선고받기도 했다.

광주=정우천 기자 sunshin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