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수석회의서 지시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몰카범죄, 데이트폭력 등은 여성의 삶을 파괴하는 악성 범죄”라며 “수사기관들이 조금 더 중대한 위법으로 다루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15일 서면을 통해 문 대통령이 전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우리 수사당국의 수사 관행이 조금 느슨하고, 단속하더라도 처벌이 강하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라며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옛날에 살인, 강도, 밀수나 방화 같은 강력범죄가 있었다면 시대가 변하면서 이제는 가정폭력, 데이트폭력, 몰카범죄 등도 중대하다”며 “과거에는 있을 수 있는 범죄로 보거나, 관념이 약했기 때문에 처벌의 강도가 낮았던 것이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미국 등을 보면 가정폭력을 신고하면 곧바로 접근 금지하고 제대로 피해자를 보호한 뒤, 사실이 확인되면 엄하게 처벌한다”며 “이런 식으로 성차별적 사회를 바꿔나가자”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도 대전환이 요구되고 있다”며 “그런 사건을 다루는 관점에서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껴진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전날 문 대통령의 회의 발언을 소개한 것은 ‘성범죄 피해자의 성별에 관계없이 수사를 엄정하게 해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이 단시간에 33만 명 참여를 돌파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 청원은 ‘홍대 누드모델 몰카’ 사건의 여성 가해자에 대한 경찰 수사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청원자는 “피해자가 여성일 때는 어땠을까”라면서 “여성들이 불법촬영을 당하면 경찰에 신고도 하고 게시물을 없애려고 노력도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그러게 옷을 얌전히 입었어야지’와 같은 ‘2차 가해’”라고 지적했다. 또 “피해자가 여성이어서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고 피해자가 남성이어서 재빠른 수사를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면서 “(성별에 관계없이) 누구나 범죄를 저지르면 벌을 받고 누구나 피해자가 됐다면 국가의 보호를 받는 대한민국을 바란다”고 적었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