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가자지구 AP=연합뉴스) 주이스라엘 미국대사관이 예루살렘으로 이전한 14일(현지시간) 이에 격렬하게 항의하는 팔레스타인의 시위가 가자지구에서 벌어졌다. 이날 가자지구 이스라엘과 접경의 미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에 항의하는 팔레스타인 시위 현장에서 한 부상자가 들것에 실려 옮겨지는 모습.

- 가자지구 유혈사태 확산

하루 사망자수, 4년來 최대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 소집

백악관 “죽음은 하마스 책임”
에르도안 “이스라엘의 대학살”

美, 중동지역 공관 경비 강화

미국의 주이스라엘 대사관 예루살렘 이전을 계기로 불거진 팔레스타인 시위 진압 과정에서 최소 58명이 사망하고 2700여 명이 부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5일부터 이슬람 금식 성월(聖月)인 라마단 기간이 시작되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유혈 충돌 사태의 확산이 우려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5일 가자지구 유혈 사태와 관련한 긴급회의를 열기로 했다.

14일 dpa통신 등에 따르면 가자지구 보건 당국은 이날 이스라엘군의 총격으로 팔레스타인 시위대 58명이 숨지고 2771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일일 사망자로는 지난 2014년 7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집중 폭격한 이후 최대 규모다.

이날 미국이 주이스라엘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겨 개소식을 열자 팔레스타인 시위대 4만여 명은 가자지구 분리장벽을 따라 시위를 벌였고 돌 등을 던지며 장벽으로 접근했다. 이스라엘군은 “저지선 500m 이내로 접근하면 발포하겠다”는 경고 방송에도 시위대가 물러서지 않자 총격을 가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를 비난했다. 그는 “하마스는 이스라엘을 파괴하겠다는 그들의 목표를 달성하려 수만 명을 국경으로 보냈다”며 “모든 국가는 국경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우리는 우리 시민과 주권을 보호하기 위해 단호히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이스라엘을 옹호했다.

라지 샤 백악관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 비극적 죽음의 책임은 전적으로 하마스에 있다”면서 “이스라엘은 스스로 방어할 권리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하마스는 “어떤 우려나 고려도 없이 대사관 이전을 결정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야말로 팔레스타인인들의 고통과 유혈 사태에 책임이 있는 첫 번째 사람이자 유일한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이집트, 시리아, 요르단 등 주변의 아랍 국가들도 이스라엘 비판 대열에 동참했다. 특히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가자지구 유혈 사태는 대학살”이라며 이스라엘을 강하게 비난했다. 더구나 오는 6월 14일까지인 라마단이 15일 시작되면서 대규모 충돌이 우려되고 있다. 하루 평균 1만∼2만 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예루살렘 올드시티(구시가지) 성지 ‘템플 마운트’를 찾을 것으로 보여 긴장은 최고조로 치솟고 있다. 이슬람교와 유대교, 기독교의 공동 성지인 이곳은 종교 갈등으로 인한 충돌이 빈번히 일어나는 장소다. 3차 인티파다(봉기)가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편 미국은 중동 긴장이 고조되자 중동 지역의 자국 공관에 해병대 병력을 보강하기로 했다. 뉴스위크 등에 따르면 미국은 이날 요르단, 레바논, 이집트 등지에 해병대 병력을 추가 배치했다.

미 국무부는 지난주 이들 공관에 대한 경호 강화를 요청했고, 국방부는 특수훈련을 받은 버지니아주 콴티코 해군기지의 해병대보안강화부대(MSAU) 병력을 지원했다. 국무부와 국방부는 레바논이나 이집트, 파키스탄과 같이 과거 대규모 시위 사태가 벌어졌던 다른 중동 지역 공관에 대해서도 보안 강화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박세희·박준우 기자 saysa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