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 D - 30

정상회담 등 대형이슈에 가려
차별화 없이 허울뿐인‘말잔치’

신공항·철도 신설 ‘단골 메뉴’
재원·실행방법 등은 따져봐야

6·13 지방선거가 30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후보들이 새로운 정책 등 공약 제시를 등한시하는 데다 내놓은 정책도 이전 공약을 재탕·삼탕 한 것이 대부분이어서 ‘깜깜이’ 정책 선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주요 격전지 후보마저 이전에 이슈가 됐던 철 지난 공약을 들고나오거나 허울뿐인 말잔치 공약을 발표하고 있어 이번 지방선거가 인기투표 선거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14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오거돈 예비후보(더불어민주당)와 현역 부산시장인 서병수 예비후보(자유한국당)가 4년 만에 재대결을 벌이는 부산시장 선거에서는 이미 사회적 합의가 끝난 ‘영남권 신공항’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오 후보가 ‘부산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재추진하겠다는 공약을 다시 꺼내 들었기 때문이다.

서 후보는 이미 지난 2016년 부산시민의 힘으로 정부 방침이 결정돼 김해공항 활주로 추가 공사가 진행 중이라며, 오 후보가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난했다. 영남권 신공항은 2010년과 2014년 지방선거 때도 이 지역 후보들의 주요 공약이었다.

드루킹 사건과 맞물려 전국적인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경남지사 선거에서는 김경수 민주당 예비후보와 김태호 한국당 예비후보가 똑같이 남부내륙철도(김천∼거제) 건설을 핵심 공약으로 들고나왔다. 남부내륙철도는 53년째 선거 때마다 여야 후보들이 내세우는 단골 메뉴다. 이 밖에도 바른미래당 김유근 경남지사 예비후보와 정규헌 창원시장 예비후보는 경남도청을 마산합포구 해양도시로 이전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경남도청 이전은 홍준표 한국당 대표가 앞서 치러진 보궐선거 때도 내놓은 공약이다.

지난 9일 민주당 인천시장 예비후보로 등록한 박남춘 의원은 ‘원도심 부흥’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원도심 부흥은 지난번 지방선거에서 유정복 현 시장이 내건 정책이기도 하다. 박 후보가 내건 원도심 부흥 공약이 4년 전 유 시장 공약과 별반 다를 것이 없어 구체적인 재원과 실행 방법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후보가 “문재인 대통령과 호흡하는 새로운 인천시대를 열겠다”며 현 정권 실세임을 과시한 것도 4년 전 유 시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이라는 선거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던 것과 유사하다.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남북관계 개선과 미·북 정상회담 등으로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이 저조한 상황에서 후보들마저 정책 대결을 소홀히 하고 있어 투표율이 하락할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인천 = 지건태 기자 jus216@munhwa.com, 전국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