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 태영호 前 駐英북한대사관 공사 ‘3층 서기실의 암호’ 출간

김정은 대단히 급하고 거칠어
失火현장 직접 누비며 ‘격노’

英방송사 北核연속극 준비하자
김영철 ‘폭파하겠다’며 으름장

김정일의 ‘저팔계 外交원칙’등
공개된 적 없는 에피소드 다뤄

지난 2016년 한국으로 망명한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성격이 “대단히 급하고 즉흥적이며 거칠다”고 밝혔다.

태 전 공사는 14일 발간한 저서 ‘3층 서기실의 암호-태영호 증언’에서 2013년 7월 재개관을 앞두고 있던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전쟁기념관)에 화재가 발생했을 당시 “김 위원장이 물바다인 지하에 구둣발로 들어간 뒤 ‘내가 그렇게 불조심하라고 했는데 주의 안 하고 무엇을 했느냐’며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면서 욕을 했다”고 소개했다. 또 2015년 5월 김 위원장이 자라양식공장을 현지 지도했을 때 새끼 자라가 죽어 있는 것을 보고 공장 지배인을 심하게 질책한 뒤 처형을 지시해 즉시 총살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그는 2014년 영국의 ‘채널4’ 방송사가 북핵 문제를 다룬 연속극 ‘오퍼짓 넘버(Opposite Number)’ 제작 계획을 밝혔을 때 김영철 당시 국방위 정책총국장이 평양 주재 영국 대사를 불러 “드라마 제작을 중지하지 않으면 영국 내에서 상상할 수 없는 보복 행위가 일어날 것”이라고 말한 사실을 소개했다. 그는 “말하자면 채널4 청사를 폭파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저팔계 외교 원칙’을 소개하면서 “중국 소설 ‘서유기’에 나오는 저팔계처럼 솔직한 척, 어리석은 척, 억울한 척, 미련한 척을 하면서 어딜 가나 얻어먹을 것을 다 챙기는 외교”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또 2005년 9·19공동성명 체결 당시 전력공업성 전문가들이 합의에 변전소 건설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며 ‘외무성이 합의를 잘못했다’고 비난하자, 외무성이 ‘시간을 벌기 위해 사기를 치고 있으니 모르면 가만히 있으라’고 대응했다고 밝혔다. 그는 김정은 위원장이 개성공단에 대해 “개성공단이 조선 체제에 장기적으로 위협이 되지 않겠느냐고 많은 사람이 걱정했다. 하지만 얻은 게 더 많다. 우선 우리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돈을 벌었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태 전 공사는 책의 제목으로 쓰인 ‘3층 서기실’에 대해 “김정일·김정은 부자를 신격화하고 세습 통치를 유지하기 위한 조직”이라며 “북한이 개혁·개방으로 나가 주민들이 김 씨 부자의 실체를 알게 되면 3층 서기실은 와해된다”고 설명했다.

태 전 공사는 “김정은은 아버지 김정일과 다른 방식으로 신과 같은 존재가 되고자 했고, 그 방식이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공포정치였다”며 “북한은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책을 출간한 것과 관련 “북한이 다른 것은 몰라도 핵 문제만큼은 결사적으로 매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더 많은 사람이 절감했으면 좋겠다”고 기술했다.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