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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네티즌 사이에서 사진 한 장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 사진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방중 당시 만찬의 한 장면으로, 사진 속 술이 2억 원에 달하는 중국 최고급 술이었기 때문이다. 이 술은 중국의 대표 명주인 ‘마오타이지우(茅台酒·Maotaijiu)’였는데, 만찬에 제공됐던 술은 더욱 특별했다. 540㎖짜리 1960~1970년산으로 현재 중국 쇼핑몰에서 128만 위안(약 2억 원) 정도에 판매되고 있다. 중국의 작은 술잔으로 한 잔에 300만 원 정도 하는 셈이니 놀라울 따름이다. 물론 술맛도 뛰어나겠지만 희귀성이 높이 평가된 가격이다. 같은 마오타이지우라도 가격이 천차만별인데, 가장 싼 것은 5만 원부터 좀 비싼 것은 400만 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다.

중국에서 가격 형성은 자본주의 법칙에 충실하다. 인구가 많다 보니 조금만 희귀해도 경쟁이 매우 치열하고, 당연히 높은 가격이 매겨진다. 그래서 때로는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에 거래가 되기도 한다. 좀 다른 예지만 팬 투표로 결정되는 경연 프로그램에서는 시청자 참여 수가 상상을 초월한다. 몇 억 명이 참여해 한 명의 인기 스타에게 몇 천만 명이 투표하기도 한다. 한국의 전체 인구 정도가 한 명에게 투표하는 셈이다.

중국은 차(茶)의 나라다. 커피, 주스 등 다른 음료가 대중화되고 있지만, 아직은 차가 중국의 자존심이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일반인이 도저히 엄두를 낼 수 없는 비싼 차도 많다. 가격이 상상을 초월해 마시는 것 자체를 즐긴다기보다 허영을 마시는 셈이다. 예를 들어 2013년 판다찻잎은 500g당 22만 위안(약 3900만 원)이었다고 한다. 한 잔 가격이 1200위안(약 22만 원) 정도다. 이런 최고급차는 몇 가지가 더 있다. 또한 중국 경제가 발전하면서 수요가 늘어나 가격도 계속 오르는 추세다.

윈난(云南)은 푸얼차(普洱茶)가 특산품이다. 한국인도 몸에 좋다고 즐겨 마시는데, 60년 넘은 푸얼차는 1근이 경매를 통해 100만 위안(약 1억7000만 원)에 팔리기도 했다. 150년 된 옛 황실 진상품인 푸얼차는 고궁박물관에 전시되기도 했는데, 당시 가격으로 35억 원 정도가 매겨졌다. 이 푸얼차를 전시하기 위해 1999만 위안의 보험에 가입해서 붙은 가격이다.

가장 비싼 차로는 우이산(武夷山) 다훙파오(大红袍)가 꼽힌다. 이 차는 2005년에 찻잎 경매에서 20g이 무려 20만8000위안(약 3500만 원)에 낙찰됐다. 매우 놀랄 만한 가격이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다. 현존하는 우이산 다훙파오 차나무가 6그루 있는데,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돼 2006년부터 채취가 금지됐다. 그만큼 귀해졌으니 지금은 부르는 게 값이다.

일반적으로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차는 롱징차(龙井茶)다. 황제의 차라고 알려져 있으면서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손쉽게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차를 잘 모른다면 그냥 롱징차를 마시면 무리가 없다. 물론 모든 롱징차가 비슷한 가격은 아니다. 일부 고급차는 2014년 이미 1㎏에 10만 위안(약 1700만 원)을 넘어섰다. 갈수록 가격이 오르니 차 한 잔을 위해 집을 팔아야 할지 모를 일이다.

중국의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국 지인에게 술이나 차를 선물 받으면 참 곤란할 때가 있다. 가격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한양대 인문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