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지역주민 초청 음악회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0일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념 음악회 ‘달빛이 흐른다’에 참석, 지역 주민들과 공연을 즐기고 있다. 청와대제공

- 정치분야 전문가 평가

여소야대 땐 협치 필수인데
공직자 진퇴에도 ‘여론 잣대’
“뒤에서 끌어당기는 힘 여전”
文 1주년 메시지서 강공의지

입법 뒤따라야 국정운영 가능
野 인정하고 정치 정상화해야

문재인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가운데 취임 1주년 기준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지만, 취임하면서 약속했던 협치와 관련해서는 전문가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적폐청산이나 개혁의 제도화는 최종적으로 입법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여소야대 국회에서 협치는 안정적인 국정운영의 필수라는 지적이 많았다. 문 대통령은 1년 전 취임사를 통해 국민 모두의 대통령, 분열과 갈등의 정치 종식 등을 약속했지만 정치권과 국민을 분리하는 태도를 보여 왔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문 대통령은 야당과의 협치보다는 국민 여론을 우선시하는 이른바 ‘고잉 퍼블릭(going public)’ 전략을 줄곧 보여 왔다. 취임 초 임명직 공직자들의 잇단 논란으로 퇴진 공방이 벌어졌을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여론이었다. 가장 최근 낙마자인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의 경우도 여론이 급격히 악화되는 조짐을 보이자 출구 전략을 모색하는 모습이었다. 반면 정치권의 공세에는 굴복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여러 차례 보였다.

이 같은 태도는 문 대통령의 취임 1주년 메시지에서도 드러났다. 문 대통령은 10일 배포한 메시지에서 “변화를 두려워하고, 거부하고, 앞으로 나가지 못하게 뒤에서 끌어당기는 힘이 여전히 강고하다”며 “하지만 국민께서 지금까지 해주신 것처럼 손을 꽉 잡아주신다면 우리는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 세상을 바꾸고 있는 것은 국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청년실업 대책 마련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처리가 전혀 진전되지 못하고 있고 지방선거 동시 개헌도 이미 무산되는 등 국회 상황으로 인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지만, 국민 여론에 기대 정면돌파를 계속 유지하겠는 의미다. 취임한 지 1년이 되면서 행정 조치로 가능한 개혁은 한계에 왔고 각종 입법 조치가 뒤따라야 국정운영 동력이 생길 수 있는 상황이 됐지만, 야당과의 근본적 관계 개선을 모색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1년 전 취임사에서 “오늘부터 저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 한분 한분도 저의 국민이고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다”며 “2017년 5월 10일은 진정한 국민 통합이 시작된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1주년 기념 메시지에서는 통합이나 협치 관련 언급은 없었다.

문 대통령의 현재 높은 지지도는 남북관계 개선과 특유의 소통 능력에 기반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보수 개혁이 지체되면서 갈 곳 없는 중도 보수층을 흡수한 것도 고공 지지율 행진의 원인으로 보인다. 하지만 교육, 경제 등에서는 여전히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지지도는 83%가 나왔지만, 취임 1년 분야별 평가에서 교육과 경제에 대해 잘했다는 평가는 각각 30%와 47%에 그쳤다. 문 대통령이 강조하는 국민의 삶을 바꾸는 조치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의미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대통령 지지도를 봤을 때 교육 분야 평가는 완전히 망가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며 “야당의 존재를 인정하고 정치를 정상화해 차분히 제도적 개혁을 해 나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병채·유민환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