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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에는 성물(聖物)이란 것이 있다. 해당 종교에서 신성시하는 물건으로 신비한 힘이 있다고 믿는다. 성물은 대개 신이나 수행이 깊은 수도자의 물건과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절에 있는 부처님 석상의 조각을 몸에 지니면 임신이 잘된다고 해서 많은 이가 이를 떼어간다. 역사를 돌아보면 어떤 성물은 왕을 만들고 무병장수의 힘이 있다고 여겨 이를 탈취하기 위해 전쟁이 일어나기도 했다.

성물은 아주 재수 좋은 물건이라고 볼 수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만약 세종대왕이 쓰던 탁자가 있다면 그것을 사용하고 싶은가? 공자가 마시던 찻잔이 있다면 사용하고 싶은가?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개는 쓰고 싶을 것이다. 공자를 존경하는 사람이라면 그 찻잔에 차를 따라 마셔보기 위해 길게 줄을 서서 몇 시간이고 기다릴 것이다.

그렇다면 이 물건들의 효능은 어떨까? 과학적으로 보면 일반 찻잔과 다를 것이 전혀 없다. 하지만 공자의 찻잔이 신통한 힘을 발휘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기도 어렵다.

여기 소크라테스가 사용하던 그릇이 있다고 하자. 이것에 음식을 담아 먹는다면 어떤 효능이 있을까? 몇 천년을 뛰어넘는 성인의 힘이 발현되지 않을까? 만약 아픈 기독교인이 예수가 입었던 옷을 입을 수 있다면, 병이 나을 수도 있다. 그것이 신의 힘이든, 믿음의 힘이든 작용할 수 있지 않겠는가. 과학으로만 따질 수 없다. 주역의 관점에서 보면 과학이란 세상의 반쪽만 연구하는 학문이다. 물질을 연구하는 것인데 물질이란 음으로, 그 반대인 양의 세계는 연구하지 못하는 것이다. 성물은 단순히 물질로 만들어진 것이아니다. 그것은 ‘양의 세계’의 기운이 곁들여진 것이다.

예부터 묏자리를 잘 쓰면 후손들이 잘된다고 하는데 이는 무덤이 ‘양의 작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무덤에는 망자의 영혼이 있는바 그것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후손과 연결고리가 만들어진다고 해석할 수 있다. 미신이라고 웃어넘길 사람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과학적으로도 입증할 수 있다. 오늘날 과학이 발견한 가장 신비한 현상인, 양자 얽힘(entanglement)이다. 이는 두 물질 간에 일종의 연분이 생기는 것으로 이렇게 맺어진 두 물질은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동기화된다. 양자적으로 얽히면 두 물질계는 하나처럼 연동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물질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그와 짝이 된 물질도 순식간에 움직인다.

우리가 사는 우주에는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현상들이 존재한다는 뜻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과 크게 다르다. 주역에서는 양의 작용일 뿐인데, 세상에는 과학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별의별 현상이 있다고 알고 있으면 된다. 이것은 우리가 자세히 모를 뿐이지 미신이 아니다.

신통한 물건 얘기를 다시 이어가자. 영화에 애인이 준 물건 때문에 목숨을 구하는 경우가 많이 나온다. 단순히 재미로 꾸며낸 얘기가 아니다. 실제로 그런 물건은 얼마든지 있다. 특히 위대한 사람이 사용했던 물건에는 운명을 이끌어 내는 힘이 있다. 바로 ‘얽힘 현상’이다. 그 사람의 운명과 연동된다는 뜻이다. 만약 세종대왕이 쓰던 탁자에서 공부한다면 서울대에도 쉽게 합격할 수 있을까? 어쨌거나 세상은 신비로 가득 차 있다. 좋은 물건을 지니는 것은 운명을 개척하는 데 좋은 방법이 된다.

이미지 크게보기 김승호 주역학자

나 자신의 얘기를 잠깐 해보자. 나는 수년 전 친지에게서 지갑을 하나 선물 받았는데 이 지갑이 이상하게도 신통력이 있었다. 이것만 몸에 지니면 돈이 잘 생겼다. 원래 비싼 지갑이 있었는데 그것을 가지고 있는 동안에는 사업이 망할 지경이었다. 그런데 지갑을 바꾸었더니 운명이 확 바뀌었던 것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생각해 일부러 지갑을 원래 것으로 바꾸어 봤더니 다시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래서 그 지갑을 다시 사용했더니 또 운명이 좋게 바뀌었다. 나는 한두 번 더 지갑을 바꾸어 보고는 그 지갑이 확실히 신통력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주역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