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현 신임 주(駐)베트남 대사가 외교관으로는 부적격일 뿐 아니라 위험하기까지 하다는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는 4·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을 두고, 지난 7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친미(親美) 외교관들이 나서지 않아 성공할 수 있었다”고 강변했다. “자주파라는 깨인 외교관들의 인식이 있어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의 변화를 끌어냈다”고도 덧붙였다. 외교관을 ‘친미’와 반미(反美)인 ‘자주’로 편 가르는 인식도 몰(沒)이성적이지만, ‘친미는 안 된다’는 취지의 주장을 공공연하게 편 행태는 더 황당하다.

김 대사는 한·미동맹보다 북한식 ‘우리 민족끼리’를 우선시하겠다는 시대착오적 반미 운동권류(類) 인식에 여전히 집착하는 것으로 보인다. 자주파의 핵심인 그는 지난 2004년 노무현 정권 당시 외교부 직원 일부가 사석에서 청와대 대미 정책을 비판한 사실을 청와대에 투서함으로써, 외교부 장관 경질까지 부른 장본인이다. 2013년 삼성전자 상무로 자리를 옮겼던 그를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의 수출 규모 3위 국가이자 안보 비중도 큰 ‘신(新) 남방외교’ 핵심 국가의 대사로 임명한 것부터 부적절했음은 물론이다.

김 대사는 이명박 정부 시절 아프리카 수단 대사관 발령이 나자 “아내 친구인 이 전 대통령 딸이 도와줘 취소됐다”고 스스로 밝히기도 했다. 대통령 딸에게 외교관 인사의 영향력 행사를 청탁했다면, 수사 대상이다. 그런데도 자신의 주베트남 대사 기용에 대해 “박해에 대한 명예회복” 운운한 것은 도(度)를 넘은 독선과 오만을 입증한다. 외교부의 ‘구두 경고’로 넘길 일이 아니다. 문 대통령은 그를 당장 경질해야 한다. 그런 사람을 기용한 배경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