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달러·金 거래 90일 기한
운송·원유제재 180일 유예

中·印 비협조 땐 효력 약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이란 핵협정(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탈퇴를 공식 선언하면서 유가가 급등할 것으로 예상했던 시장의 분석과 다르게 이날 국제유가는 하락세를 보였다. 미 정부가 이란의 경제제재에 90일과 180일의 유예 기간을 두면서 시장의 혼란을 막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날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015년 7월 오바마 행정부에서 맺은 JCPOA 이후 면제했던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90일과 180일인 유예 기간에 따라 순차적으로 재개한다고 밝혔다. 경제제재 범위는 무역·금융 부문에 걸쳐 있으며 세부적으로는 90일 기한으로 미국 달러 및 금 거래 등을 제한하고 180일 기한으로 이란의 항구 및 운송 부문 제한과 원유 제재, 이란 중앙은행 거래 제재로 이어질 예정이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핵무기를 추구하는 것을 돕는 국가는 미국의 강력한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공언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경제제재의 초점이 원유에 맞춰질 것으로 보고 국제유가 시장에서 우려감이 증폭됐다. 하지만 경제제재가 당장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유예 기간을 두는 것으로 나오면서 시장은 크게 안도하는 분위기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일 대비 배럴당 1.67달러(2.4%) 하락한 69.0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영국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도 이날 전날보다 배럴당 0.47달러(0.6%) 떨어진 75.71달러에 거래됐다.

국제 유가 시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제재 조치의 지속 여부에 관심을 돌리고 있으며 이란에 대한 원유 수출 제한이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경우 유가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란산 원유를 주로 수입하는 중국과 인도, 터키 등이 협조하지 않는다면 미국의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