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백 대가 선처 ‘플리바게닝’
형사 사법 정의 도외시 우려
법조계 “명문화 안돼 자제를”
檢, 뇌물 등 적용 명문화 추진

검찰이 국내법상 제도화되지 않은 ‘플리바게닝’(Plea Bargaining·유죄협상제도)을 지나치게 활용하며 형평성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플리바게닝이란 범죄에 가담한 사람이 자신의 죄를 자백하거나 다른 사람의 범죄에 대해 털어놓는 대가로 선처를 약속받는 행위를 의미한다. 플리바게닝을 통한 검찰의 ‘같은 범죄 다른 취급’이 도가 넘어 사법 정의를 훼손할 정도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자신의 혐의뿐 아니라 공범의 혐의 및 수사 전반의 사실관계에 대해 적극 진술한 피의자의 경우, 그러지 않은 피의자에 비해 △구속 여부 △구형량 △재판 진행 속도에서 확연히 차이가 난다. 즉, 검찰 조사에 협조할수록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는 것은 물론, 검찰의 구형이 낮고, 재판 진행 속도도 더디다. 문제는 수사 진행의 효율성을 내세워 암묵적으로 활용되는 플리바게닝으로 형사 사법 정의가 도외시되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검찰의 형평성을 잃은 구형을 법원이 보정하는 모습은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재판에서 연출됐다.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과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차 전 단장과 김 전 차관은 ‘문화는 차은택, 체육은 김종’이라 불리며 최순실 씨의 위세에 기대 각종 인사청탁 등 전횡을 일삼아 각각 직권남용(김종)과 강요 미수(차은택)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러나 검찰은 김 전 차관에겐 징역 3년, 차 전 단장에겐 징역 5년을 구형했다. 비슷한 혐의에도 불구하고 검찰의 구형량이 2배 가까이 차이가 난 것이다. 법원은 둘 다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아직 명문화되지 않은 플리바게닝을 제한적으로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비리 수사의 경우 ‘윗선’을 규명하는 수사 실적이 중요시되다 보니 정작 조직 내부에서 범죄 실무를 주도한 사람은 가볍게 처리되는 게 다반사”라고 지적했다. 이에 검찰은 뇌물 등 특정 범죄에 대해서 플리바게닝을 명문화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다. 대검 검찰개혁위원회(위원장 송두환 전 헌법재판관)는 이르면 이달 내로 ‘사법협조자 소추면제’(형벌감면) 제도의 세부안을 마련해 검찰에 제도 도입을 권고할 예정이다. 적용 대상은 뇌물·알선수재·알선수뢰·배임·횡령 등 5대 부패 범죄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