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3일 공장이 폐쇄된 전북 군산시 소룡동 한국 지엠 군산공장 동문 출입구에 출입을 통제하는 바리케이드가 놓여 있다.

‘이달말 한국GM 공장 폐쇄’ 군산 가 보니…

“조선·車 살려야” 플래카드들
애절한 외침에도 대답은 없어

상공인들, 모호한 지원전략에
“아무 것도 안 하는 것이 상책”

“지금 군산에서는 자동차 산업과 무관한 회사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군산 경제 전체의 미래가 불투명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식물인간’ 상태입니다. 군산 경제인들은 ‘아무것도 하지 말고 엎드려 있자’는 자조적인 넋두리만 하고 있습니다.”

3일 오후 전북 군산시 소룡동 한국지엠 군산공장 인근은 최근 공장 폐쇄 결정을 반영하듯 공장 경비 인력 1∼2명만 보일 뿐 오가는 사람을 찾을 수 없었다. 인근 원룸 단지, 식당가, 중장비 대여업체 등에는 매매나 임대를 알리는 안내문만 곳곳에 붙어 있었다. 협력업체 직원 등 하루 4000∼5000명이 오가며 지역 경제를 이끌던 활기찬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공장 인근에는 조선과 자동차산업을 살려야 한다는 호소가 담긴 플래카드만이 이들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었다. 군장 국가산업단지에 입주한 한 회사 대표는 “군산 경제의 미래가 불투명해 자동차 산업과 무관한 회사도 지금은 납작 엎드려 있다.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전략이 세워져야 ‘뭘 해야겠다’는 방향을 잡고 일을 할 수 있는데 지금은 망망대해에 혼자 있는 느낌”이라면서 “지역 상공인들이 모이면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상책’이라고 말한다”고 지역 경제계의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해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전면 가동 중단에 이어 한국지엠 공장 폐쇄는 군산 경제의 중추를 떼어낸 것과 같다. 이 때문에 철강, 태양광, 건설 등 다른 산업에도 영향을 미쳐 군산 경제가 파산 직전에 서 있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진흥공단 전북서부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문을 닫으면서 약 5000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지엠 군산공장이 5월 문을 닫으면 이보다 영향이 더 커서 약 1만3000명이 실직 위기에 몰렸다.

두 공장은 군산 지역 총생산액의 5분의 1가량을 감당했다. 이들 공장과 관련 산업에서 일했던 근로자들은 군산 인구의 22%에 달하는 약 7만 명에 달한다. 지엠 군산공장 인근에서 만난 한 자동차 부품회사 공장장은 “이 일대에만 한국지엠과 거래하는 하청기업 10여 개의 공장이 있는데 이대로 가면 모두 공장을 폐쇄해야 한다”고 한숨을 지었다.

군산 = 글·사진 박팔령 기자 park8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