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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야키니쿠 드래곤’ 주연 김상호

“징용 끌려간 비극적 아버지役
외팔이 낯섦이 연기에 도움돼”

“비극적인 운명의 아버지를 연기하며 가슴이 벅차오르는 감정을 느꼈습니다.”

제19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된 ‘야키니쿠 드래곤’의 주연 배우 김상호(사진)가 이 영화에 출연한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이 영화는 재일교포 3세 정의신 감독의 연출 데뷔작으로, 그가 집필한 동명 희곡이 원작이다. 오사카(大阪)박람회가 열린 1970년대 전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영화는 간사이(關西)공항 옆 빈민촌에서 곱창구이집을 운영하는 제주 출신 재일교포 용길과 그의 가족,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김상호는 첫 해외 출연작인 이 영화에서 일본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며 일본어 대사를 소화해냈다. 이에 대해 그는 영화제 개막일인 3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어를 잘하지 못한다”며 “대사를 달달 외우고 연기했는데 후반부 용길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긴 대사는 7시간 동안 촬영했다. 마음을 졸이며 연기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태평양전쟁에 강제징용돼 한쪽 팔을 잃고, 일본에서 살며 4명의 자식이 자신보다 나은 삶을 살게 하려고 안간힘 쓰는 용길을 절절한 연기로 표현해냈다. 그는 “역할을 맡으면 사물에 비유해 상상해본다”며 “용길은 바위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을 견뎌내며 자신이 살아온 환경을 자식들에게는 물려주지 않기 위해 태산같이 버티는 인물로 그리려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나도 그런 생각으로 자식을 키우는 아버지이기 때문에 연기를 하며 용길의 삶에 공감했다”며 “감정을 쏟아내기보다는 잡고 있는 쪽을 선택했다. 아버지가 무너지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왼쪽 팔을 옷 속에 넣고 고무줄로 묶은 채 한 달 넘게 연기한 그는 “팔이 없는 낯섦이 연기에 도움이 됐다. 비참한 상황에서도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며 환경에 적응해가는 용길의 아픔을 전달할 수 있었다”며 “처음 20일 정도는 하루 종일 묶인 채 지냈는데 너무 아파서 이후에는 풀어달라고 했다”고 소개했다.

이번 영화에서 그가 펼친 연기는 그동안 보여온 것과 결이 다르다는 느낌이 든다. 그에게 “연기에 변화를 주려고 하는 거냐”고 묻자 “나는 죽을 때까지 배우로 살 거다. 다른 능력도 없고, 다른 일을 하는 게 무섭기도 하다”며 “이 영화는 내게 소중한 작품이다. 이 작품을 통해 다양한 기회가 오길 바란다”고 답했다.

전주=글·사진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