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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에서 부동산 보유세 인상안이 검토되고 있고, 6·13 지방선거 이후 세제 개편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안은 나오지 않은 채로, 보유세가 당연히 올라야 하고 어떤 방법으로 얼마나 올릴지만 문제인 것처럼 이야기가 흐르고 있다. 그러나 보유세 인상이 정해진 결론이어야 할 이유는 없다.

첫째, 부동산 조세에 관련된 가장 큰 오해는 우리나라 부동산 세 부담이 작다는 선입견이다. OECD의 2016년도 세수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재산 과세는 GDP 대비 3.04%인데, 자료가 제공된 33개국 평균 1.92%에 비해 현저히 높고 순위로는 7위이다. 재산 과세 중 보유세 부담은 영국·프랑스·미국 등에 비하면 낮지만, 독일·스웨덴·오스트리아 등에 비해서는 높고, OECD 회원국 중 16위 부담률(0.8%)이다. 한국은 이미 부동산 세금이 높은 나라다. 보유세가 낮은 게 문제가 아니라, 거래세가 높은 게 문제다.

둘째, 시장 안정이란 정책 목표와 보유세라는 정책 수단은 궁합이 맞지 않는다. 역대 정부는 부동산 가격 급등이 투기에 기인한다는 진단 아래 이를 억제하는 수단으로 세제를 운용했다. 이 역할을 주로 양도소득세가 했지만, 이젠 보유세를 동원하려는 것이다. 국민 재산의 대부분인 부동산에 부과되는 보유세는 예측 가능하고 보수적으로 운용돼야 한다. 수시로 바뀌는 부동산 경기를 조절하기 위해 보유세를 동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셋째로, 보유세가 강화돼도 무주택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잠실 5단지 전용 76.5㎡ 아파트의 공시가격이 올해 25% 올라서 보유세가 144만 원 증가할 것이란 보도가 있었다. 할인율을 5%로 보면 세 부담 증가에 따른 하락 가격이 2880만 원이다. 그 2배, 3배 세 부담이 오른다고 무주택자가 갑자기 강남에 입성할 기회가 열리진 않는다. 설사, 좀 싸게 아파트를 장만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매년 높은 세금을 내야 하므로 아무런 실익이 없다. 세금이 올라서 이득을 보는 것은 정부뿐이다. 세금 때문에 주택 가격이 떨어지는 건 주택 소유자의 재산권 일부가 정부로 넘어가는 효과를 가지기 때문이다.

넷째, 보유세가 강화되더라도 주택시장이 안정되지 않는다. 이론적으로 보면 미래 예측 가능한 모든 세 부담이 주택 가격 하락에 반영되기 때문에 보유 과세 인상은 일회적인 부동산 가격 하락을 초래할 뿐이다. 이후의 주택시장에서는 수급 상황에 따라 가격이 오르기도 하고 내리기도 할 것이다. 미국의 많은 대도시에서는 오래전부터 보유 과세 부담이 높았다. 하지만 2000년대 초중반에 주택 가격이 크게 오른 것이 좋은 예다.

마지막으로, 보유세 강화가 19세기 미국 사상가 헨리 조지의 사상을 구현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조지는 주택과 같은 건물, 자본재, 노동 등 인간의 노력으로 생산될 수 있는 모든 대상에 세금을 부과하는 데 극력 반대했다. 주택에 투자해 국가의 주택 재고를 늘리고 국민 주거 안정에 기여하는 사람들을 격려하기 위해 대다수 국가가 세제 혜택을 주고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

전국 주택시장이 침체로 가는 이때 보유세 강화를 들고나오는 건 뜬금없다. 고가의 부동산을 가진 사람들이 남들의 내 집 마련 기회를 빼앗고 있다는 편견을 버려야 한다. 오히려 종부세 폐지, 고가주택 기준 상향 조정, 양도소득세 장기보유 특별공제 개편 등 보다 조세 원리에 충실한 세제 개혁이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