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산보증금 6억1000만원인데
강남·마포 등 보호 범위 넘어

올해부터 임차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개정된 ‘상가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최근 강남 등 서울 주요 지역 부동산값이 폭등하면서 상당수 외식업체가 ‘보호 사각지대’에 있다고 울상을 짓고 있다. 강남구의 상가 보증금과 월세를 환산한 환산보증금은 무려 평균 9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3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환산보증금 상한선을 높이고 임대료 인상 상한선을 하향 조정하는 등의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되고 있지만, 실질적인 효과는 크지 않은 실정이다. 환산보증금은 보증금과 월세의 보증금 환산액을 합한 금액으로, 이를 기준으로 임차인 보호 여부를 정하고 있다. 보호 내용은 5년 내 계약 갱신을 요구할 권리, 임대료 인상률 상한 제한, 우선 변제권 등이다.

서울의 환산보증금 평균은 3억4000만 원인데, 임대차보호법 개정을 통해 환산보증금을 4억 원에서 6억1000만 원으로 높였다. 이에 따라 보호 대상이 늘어나야 하지만, 구별로 보면 사정이 다르다.

한국외식업중앙회가 2000여 개 상가 임차 매물을 조사해 환산보증금을 산출한 결과, 강남구 평균은 무려 9억700만 원에 달하고, 송파구는 6억8000만 원, 마포구는 6억1200만 원 등으로 집계됐다. 이들 지역에는 강남역, 잠실역, 홍대입구역 등 서울의 대표 상권이 포함돼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밀집해 있다. 강남구 소재 음식점의 경우 약 절반가량은 환산보증금 범위를 넘어선다. 강남 등 주요 지역의 아파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상가 건물, 임대료 등도 같이 상승세라 상황은 더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환산보증금이 많아 법의 보호에서 벗어나면 임대료 인상률 상한 제한도 없다”면서 “건물주가 임대료를 계속 높여도 막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유현진 기자 cworang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