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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민 한양대 교수 국제정치학

남북 정상회담이 일단 순조롭게 이뤄진 것으로 평가하면서, 남은 과제는 미·북 정상회담이 성공적 결실을 보아 북한 핵을 완전하게(complete) 폐기(dismantlement)하는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을 통해 한반도에 평화의 봄이 왔다고 아무리 외쳐도 북한 핵의 완전한 폐기 없이는 평화가 성취됐다고 할 수 없다.

북한 풍계리의 핵실험장을 완전히 공개한다고 해도 검증(verify)에 검증을 거듭해야 할 과제가 산적하다. 이미 개발해 놓은 핵무기는 어디에 있는지, 우라늄 핵폭탄의 원료인 고농축우라늄을 생산하는 원심분리기는 어디에 있으며 그 숫자는 얼마나 되는지, 또 고농축우라늄의 양과 재처리해 뽑아 놓은 플루토늄의 양은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플루토늄 핵폭탄을 만들기 위한 재처리 시설은 어디에 있는지, 핵폭탄과 미사일의 결합이 어느 정도 이뤄졌는지 등도 확인해야 한다.

이 과정은 북한이 발가벗을 정도로 협력하지 않으면 북핵의 완전한 폐기를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조심스럽고도 과감하게 매듭지어야 할 지난한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국내에서는 북한이 완전히 핵을 포기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절대로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계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한반도 평화, 아니 대한민국의 평화는 북한의 핵무기를 머리맡에 두고 사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만 가능하다.

그러면 북핵을 불가역적으로 완전히 폐기되는 것을 ‘무제한 검증(檢證)’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첫째, 국제사회에서 가장 신뢰가 높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이 아무런 막힘없이 전방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민간인 지역뿐만 아니라, 군사지역도 의심되는 곳이면 북한은 핵사찰을 수용해야 한다. 여기는 되고, 저기는 안 되고 하면 완전한 핵사찰을 할 수가 없다.

둘째, 미국도 독자적인 핵사찰 팀을 꾸려 공동의 활동을 보장받아야 한다. 미국은 북핵에 대해 그 어느 나라보다 많은 정보를 축적해 왔다. 지상의 10㎝ 이상급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첩보위성을 통해서, 첩보정찰기 U-2의 촬영 사진을 통해서, 그리고 통신감청을 통해서 북한의 핵무기와 관련 시설이 어디에 있는지를 파악하고 있을 것이고, 만약 북한이 은폐하려 한다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셋째, 한국이 가지고 있는 북핵 정보를 사찰팀에 여과 없이 공여해야 한다. 한국이 미국이나 일본, IAEA 사찰팀보다 월등하게 가지고 있는 북핵 정보는 인간정보(humint) 즉, 북한 주민들에게서 흘러나온 것이어서 보다 현장감이 있다. 미국과 일본 등은 정보 수집에 우수한 장비를 가지고 있어도 그들이 상시 듣고 싶어 하는 정보는 고위층이든 일반 주민이든 탈북자들의 믿을 만한 증언이다.

미국이 북한의 핵을 절대로 용인하지 않는 것은, 북핵이 용인되면 일본이 가장 먼저 핵무기 개발에 나설 것이고 그렇게 되면 한국의 핵 개발도 막아내기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유념하면서 북핵 폐기를 위해 전심전력을 다해야 한다. 한국은 오랜만에 나온 한반도 비핵화 대화에 온 국민이 심정적으로 환영하며 마음이 들떠 있다. 그러나 과거에 경험했듯이 남북 경협의 알맹이만 빼먹고 북한의 핵무기가 더욱 정교해지고 미사일은 대륙간탄도탄(ICBM) 수준에 이른 것을 지켜보고 있는 현실은 한국만이 아니고 국제사회 모두가 잘 알고 있다. 또다시 역사의 과오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