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정권 일각에서 과도한 대북 환상(幻想)을 우려해야 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안보 참모가 ‘주한미군의 정당성’ 문제를 자진해서 제기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문정인 청와대 통일외교안보특보는 지난달 30일 미국 언론 기고를 통해 “평화협정이 서명되면 한반도에서 주한미군 주둔이 정당화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문 특보 글이 실린 ‘포린어페어스’는 세계 외교안보 당국자와 전문가들이 읽는 권위 있는 매체다. 문 특보는 또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에 대해 보수야당 세력이 반대할 것이기 때문에 문 대통령에게 중대한 정치적 딜레마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덧붙였다.

‘판문점 선언’에는 ‘남과 북은 정전협정 체결 65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이라는 합의가 있다. 이대로 진행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문 특보 발언과 결합하면, 올해 말 또는 내년 초에는 주한미군 정당성이 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심각성을 의식한 듯, 청와대는 2일 진화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김의겸 대변인을 통해 “주한미군은 한·미 동맹의 문제이며 평화협정 체결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것으로 없던 일이 될 것 같지는 않다. 문 특보의 ‘튀는 발언’으로 인한 소동과 정부 해명이 여러 번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코 허튼 주장이 아니었음이 드러나곤 했기 때문이다.

대통령 참모로서 문 특보의 발언은 다음의 세 측면에서 안보의 근간(根幹)을 허무는 반역적 망언(妄言)에 가깝다. 첫째, 주한미군은 한미동맹의 ‘정수(精髓)’여서 주한미군 정당성 상실은 한미동맹 해체와 같은 얘기다. 한미동맹은 대한민국 건국에서 현재, 그리고 미래에도 안보의 중추일 수밖에 없는데, 대통령 참모가 그런 가치 훼손에 앞장섰다. 둘째, 주한미군은 한·미 동맹군이면서 강대국들이 부딪치는 한반도에서의 균형추 역할도 맡고 있다. 주한미군 철수는 일본의 군사대국화, 중국의 군사패권 강화로 이어지면서 동북아 불안정을 격화시키게 된다. 이 때문에 북한 김정일 역시 통일 후에도 주한미군이 필요하다고 했던 것이다. 셋째, 북핵 폐기와 주한미군을 ‘동렬’에 놓는 것은 한·미 입장이 아니라 북·중 주장이라고 할 수 있다. 안보 혼선을 줄이려면 문 특보가 즉각 자진 사퇴하든지, 문 대통령이 해촉하는 게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