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정책을 또 민간에 하청(下請) 주고 있다. 지난 4월 16과 27일 조달청을 통한 교육부의 ‘시민정책참여단 구성 및 운영 위탁 용역’ 입찰 공고 사실이 1일 보도됐다. 대학입시 전형 자료인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항목 구성을 시민정책참여단 100명에게 묻는 ‘정책 숙려제’로 결정하겠다고 지난 3월 밝힌 데 이어, 참여단 구성·운영도 민간업체에 떠넘기겠다고 나선 것이다.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고 예산만 허비하는 ‘결정 장애’가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는 지적을 자초한 교육부의 무능·무책임이 도(度)를 넘었다.

학생·학부모·교사·일반시민 등으로 시민정책단을 구성·운영할 민간업체에 줄 용역비만 1억5000만 원이다. 교육부는 이들의 권고안을 받아본 뒤에 학생부 개선 확정안을 결정하겠다고 하지만, 지난해 3월부터 1년 동안 전문가 정책 연구를 거쳐 개편 시안을 이미 마련했다. 17만 명 대상의 설문조사, 교사·학부모 의견 수렴 60회 등도 거쳤다. 현행 방식에서 학적, 수상 경력, 진로 희망 등 3개 항목을 삭제하고, 소논문은 정규 수업 중에 작성한 것만 기록하게 하는 등 내용이 구체적이기도 하다. 정책 숙려제로 만든다는 교육부 확정안이 최종안도 아니다. 국가교육회의에 제출해 결정에 참고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러고도 국민 혈세로 주는 월급을 꼬박꼬박 받는 공무원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사실조차 낯뜨겁지 않은지 묻고 싶다.

그러잖아도 교육부는 대입 정책을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그 산하의 대입특별위원회→공론화위원회로 이어지는 하청·재하청·재재하청 방식으로 거듭 떠넘김으로써, 무능과 무책임이 해도 너무하다는 개탄을 자초했다. 해체론이 다시 불거진 것은 당연하다. 그런 식이면 없느니만 못한 것 아닌가.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역량부터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