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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 우승 → 슬럼프 → 추락 → 90개월 만에 우승 ‘돌아온 양용은’

“더 물러설 곳 없다 각오로 올인
지난 겨울 맹훈 뒤 日투어 진출
체력 되면 美 챔피언스 뛰고파”

아시아인 최초이자 유일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이저대회 챔피언 양용은(46·사진)이 긴 슬럼프를 벗어던지고 부활했다.

양용은은 29일 일본 아이치(愛知)현 나고야 골프클럽(파70)에서 열린 더 크라운스(총상금 1억2000만 엔)에서 4라운드 합계 12언더파 268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양용은이 우승컵을 들어 올린 건 2010년 10월 한국오픈 우승 이후 7년 6개월 만이다. 개인 통산 12번째(한국 3회·미국 2회·유럽 2회·일본 5회) 우승이다. 양용은은 우승 직후 귀국했다. 오는 5월 4일 경기 성남 남서울골프장에서 개막하는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매경오픈에 출전하기 위해서다.

양용은은 30일 오전 문화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어려움을 겪거나 절망적인 처지에 놓이면 대개 신세 한탄에 빠진다”면서 “자신이 한심하다고 생각하면 헤어나기 어렵지만, 헤쳐나가려는 마음가짐이 있다면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양용은은 “이제 나이도 있으니 우승은 힘들지 않겠느냐, 양용은은 이제 끝났다는 등의 말을 들을 때마다 면목 없고 속이 상했었다”며 “하지만 계속 믿고 응원해주신 분들 덕분에 용기를 잃지 않고 다시 우승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양용은은 “저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건 골프”라며 “앞으로도 변하지 않고 더 노력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2008년 PGA 투어에 진출한 양용은은 이듬해 8월 PGA챔피언십에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3·미국)를 누르고 아시아 최초로 메이저대회 정상에 올랐다. PGA 투어와 유럽프로골프투어에서 2승씩을 거머쥔 양용은은 2011년부터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3년엔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고 이혼마저 겹쳤다. 그리고 2014년을 끝으로 PGA 투어 시드를 잃었다. 유러피언투어 시드도 2016년을 끝으로 만료됐다. 이후 미국이나 유럽, 한국, 일본 등 자신을 불러주는 곳으로 마다치 않고 달려갔다. 하지만 나이 마흔을 넘기면서 왕년의 기량을 회복하는 건 쉽지 않았다.

양용은은 “2009년 메이저대회 우승을 차지하고 모든 것을 다 얻었다고 생각했다”며 “실제로 그렇게 행동했지만, 2010년 한국오픈 우승 이후 미국과 유럽에서 기대했던 성적이 나오지 않았고 주변의 일들도 잘 풀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양용은은 “메이저대회 우승 이후 모든 사람이 나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듯했지만, 성적이 떨어지면서 조금씩 멀어졌다”며 “사업도 그렇고, 다른 이들과의 관계도 실타래처럼 엉켰다”고 덧붙였다.

양용은은 지난해 말 절치부심했다. 더는 물러날 곳이 없다는 각오로 일본투어 퀄리파잉 스쿨의 문을 두드렸다. 배수의 진을 친 덕분에 젊은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수석을 차지했다. 자신감을 되찾은 양용은은 곧바로 미국 하와이로 넘어가 지난 1월까지 동계훈련에 몰두했다. 처음부터 다시 한다는 자세로 훈련했고, 올해 두 번째 출전한 더 크라운스에서 정상에 올라 부활을 알렸다. 양용은이 일본에서 우승한 것은 2006년 9월 선토리오픈 이후 12년 만이다. 양용은은 “체력이 뒷받침된다면 시니어 무대인 미국 챔피언스투어에서 활약하고 싶다“며 “선수는 여건이 되면 필드에 서는 게 당연하다”고 힘줘 말했다.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