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 北核위기서 회담까지

文대통령, 지속적 대화 제의
金위원장 “평창올림픽 참가”
김여정 통해 ‘친서’도 전달

韓, 美·北대화 물밑중재 하며
정상회담 여건 조성 공 들여
3월 대북특사단서 회담 합의

27일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기까지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지난해 북한의 잇따른 핵·미사일 도발로 ‘한반도 위기설’이 수시로 불거졌고, 남북 관계는 악화 일로를 걸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일관된 대화 제안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해 초 신년사로 화답하면서 분위기가 급반전되기 전까지 두 정상의 만남을 예견한 이는 많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10일 취임식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동분서주하겠다. 여건이 조성되면 평양에도 가겠다”며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하지만 북한은 나흘 뒤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 도발로 답했다. 이후 북한은 지난해 7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두 차례 발사를 포함해 총 7번의 미사일을 발사했고, 9월 3일에는 제6차 핵실험까지 감행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이 지난해에만 4건이 채택되는 등 국제사회의 압박과 제재는 강화됐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지속적인 도발은 한반도와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에 중대한 위협으로서 이를 엄중히 규탄하고 분노한다”(2017년 9월 15일 국가안전보장회의)며 국제사회의 제재 움직임에 발을 맞췄다. 하지만 이런 압박은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수단이 돼야 한다면서 일관되게 북한과의 대화 용의를 시사했다.

그는 지난해 7월 ‘베를린 구상’으로 불리는 독일 쾨르버재단 연설에서 “올바른 여건이 갖춰지고, 한반도의 긴장과 대치 국면을 전환시킬 계기가 된다면 나는 언제 어디서든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과 만날 용의가 있다”고 했고, 9월 10·4 선언 10주년 기념식에선 “북한이 무모한 선택을 중단한다면 대화와 협상의 테이블은 항상 열려 있다”고 했다. 특히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대화의 입구로 활용하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썼다.

올해 1월 1일 김 위원장의 신년사는 긴장된 남북 관계 분위기를 급반전시킨 신호탄이었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평창올림픽에) 대표단 파견을 포함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으며 이를 위해 북남 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다음 날 즉각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협의하기 위한 고위급회담을 제의했고 북한은 곧바로 수용했다. 결국 2월 9일 평창올림픽 개막식에 맞춰 북한 고위급대표단이 파견됐다. 여기에는 북한 헌법상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물론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도 포함돼 관계 개선이 급물살을 탔다.

김 부부장은 2월 10일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을 만나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하며 방북을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켜 나가자”며 긍정적으로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이후 미국과 물밑 접촉을 통해 미·북 대화를 중재하는 동시에 남북 정상회담 여건을 조성하는 데도 공을 들였다.

지난 3월 5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 대북특사단은 평양을 방문해 4월 말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한다는 데 합의했다.

정 실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북한의 대미 대화 용의를 전달하면서 미·북 정상회담을 이끌어 냈다.

남북은 3월 29일 정상회담 의제 논의를 위한 남북고위급회담을 시작으로 세 차례의 실무회담 등을 거쳐 이날 정상회담을 맞게 됐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