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접니다” 에마뉘엘 마크롱(가운데) 프랑스 대통령이 25일 미국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상·하원 합동연설을 하기에 앞서 마이크 펜스(뒷줄 왼쪽) 미 부통령과 폴 라이언 미 하원의장의 박수를 받으며 의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의회 연설서 “다자주의 보전을”
스킨십 우의 다진 것과 대조
파리기후협정 복귀 촉구도
민주당 환호 공화는 침묵
WP “트럼프 등에 칼 꽂아”

“마크롱이 트럼프를 꼭 껴안고 우아하게 등 뒤에 칼을 꽂았다.”

방미 기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브로맨스’(브러더+로맨스)를 과시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5일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아메리카 퍼스트)를 작심 비판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미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우리는 보다 효과적인 새로운 형태의 다자주의에 기반한 21세기 세계 질서를 세울 수 있다. 다자주의 체제를 창안한 국가인 미국은 이를 보전하고 재창조할 의무가 있다”며 다자주의 포용을 촉구했다. 이어 미국이 관세장벽을 높이며 무역전쟁을 벌이는 데 대해 “동맹국들을 대립시키는 무역 전쟁은 우리의 사명과 세계 안보, 역사적 흐름과 맞지 않는다”며 “무역은 자유롭고 공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고립주의, 민족주의 모두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들이다. 국민의 두려움을 일시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약이 될 수도 있다”면서 “그러나 세계를 향한 문을 닫는 것은 오히려 국민의 두려움을 폭발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환경 문제와 관련, “미국이 파리기후협정으로 되돌아올 것을 믿는다”면서 “인류가 우리의 행성을 죽이고 있다. 이제 직면하자. 플래닛(행성) B는 없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폐기하려 하는 이란 핵협정에 대해 “플랜 B는 없다”고 말한 것과 유사한 발음을 활용한 것이다. AFP통신은 “이날 마크롱 대통령의 연설은 민주당 의원들에게는 환호를, 공화당 의원들에게는 침묵을 이끌어냈다”며 “친밀한 스킨십을 보였던 방미 기간 끝 무렵에 나온 극적인 변화”라고 보도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이번 방미에서 두 대통령 간 브로맨스는 유독 눈에 띄었다. 지난 24일 정상회담을 마치고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트럼프 대통령은 마크롱 대통령의 양복 옷깃을 몇 차례 털어내며 “완벽하다. 내가 방금 비듬을 털어준 건 그를 완벽하게 만들어주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문을 읽을 때 자신을 쳐다보자 윙크를 보내며 화답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칼럼을 통해 “마크롱이 트럼프를 꼭 껴안고 등에 칼을 꽂았다”면서 “친밀한 표현과 직접적인 주장이 조합된 이 같은 전략은 트럼프에게 처음 시도됐다. 밖으로 보이는 모습에 집중하는 트럼프의 특징으로 볼 때 이러한 전략이 좋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