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자 20명 의견수렴 ‘미봉책’
학계 “경영진이 전면에 나서야”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으로 ‘네이버 책임론’이 들끓는 가운데, 네이버가 일반인 20명으로 꾸려진 ‘댓글정책이용자패널’을 전면에 내세워 1차 개선안을 발표해 논란이 되고 있다.

자사 비즈니스 모델을 흔들 수도 있는 중대 사안에 관한 결정을 아무런 책임이 없는 외부 기구에 맡긴 것 자체가 애초 댓글 폐지·아웃링크제 시행 등의 ‘근본 대책’을 낼 생각이 없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사태 모면을 위한 미봉책을 내놨다는 지적이 커지자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아웃링크에 관련해 고민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26일 IT 업계에 따르면 각종 사건이 터질 때마다 외부 별도 조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네이버의 위기 대응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네이버는 업계·학계·언론계를 배제한 일반인 이용자 20명이 참여하는 댓글정책이용자패널의 의견을 수렴해 이번 개선안을 내놨다. 네이버는 이 외에도 네이버뉴스편집자문위원회, 기사배열공론화포럼, 스포츠이용자위원회 등 다수 외부기구를 발족해 운영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현 상황을 안이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현재 정치권 등에서는 네이버가 댓글 꾼들의 ‘놀이터’가 되고, 이로 인해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상황까지 왔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런데도 네이버는 최고위 경영진이 전면에 나서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 ‘서비스 개선’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패널들에게 중요 결정을 맡긴 것이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해진 창업주가 네이버 국내 경영에 적극적으로 관여하지 않는 상황에서, 네이버의 거버넌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며 “네이버의 전문 경영인들이 수익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결정을 과감하게 하지 못하고 외부 위원회에 중요 결정을 떠넘기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자유한국당 의원 40여 명은 전날 네이버 사옥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고 한성숙 대표 등 네이버 임원진을 만났다. 김성태 원내대표가 “네이버의 인링크(네이버 화면 안에서 뉴스를 보는 방식)가 사회적 혼란을 야기했다”며 “아웃링크는 국민적 요구”라고 지적했다.

이에 한 대표는 “아웃링크에 관련해서 고민하고 있고, 당사자인 언론과 합의가 전제된다면 가능하다고 본다”며 “이런 일로 네이버가 언급되는 것은 우리 브랜드에도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댓글 공간은 이용자들이 만들어가는 공간이라는 판단”이라며 “이용자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이들에게 일부 맡긴 것”이라고 말했다.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