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 美·中 외교안보 전문가 제언

27일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미국과 중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남북관계 개선은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가 이어져야 한반도 평화 구축이라는 목표에 다가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 군축담당 특별고문은 “평화협정은 최소한의 실질적 비핵화가 이뤄진 뒤에 체결돼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스인훙(時殷弘) 중국 런민(人民)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남북 정상회담에서 남북 관계 개선 조치 등이 나오겠지만 “북한의 비핵화는 만만치 않은 과정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문화일보는 한반도 및 비핵화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남북 및 미·북 정상회담의 최종목표인 북한 비핵화에 대한 미국과 중국의 시각을 점검해 본다.

스인훙 中 런민大 국제관계학원 교수

중국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스인훙(사진) 중국 런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26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 남북관계 개선과 비핵화 논의 등 긍정적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남북 양측이 관계 개선에 상당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그는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비핵화에 대해서는 “부분적인 비핵화는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완전한 비핵화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미국이 상응하는 대가를 충분히 줘야 하기 때문에 만만치 않은 과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핵을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완전한 비핵화는 미·북 회담에서의 담판 결과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 어떻게 전망하는가.

“북한의 지난해 핵 실험과 장거리탄도미사일 발사 이후 올해 들어 한반도 정세에 중대한 변화가 생겼다. 북한이 한국과 미국에 정치적 의견 교환을 통해 비핵화 의지를 밝히면서 시작됐다. 이번 정상회담에 대해 한국과 북한 모두 매우 적극적이다. 북한은 이번 회담을 통해 긍정적 변화가 생기길 희망하고 있다. 남한으로부터의 경제적 도움과 함께 정세 안정과 쌍방 교류 협력의 발전을 원한다. 이번 회담에서 부분적인 비핵화 합의는 가능하다고 본다. 하지만 북한의 전면적인 비핵화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구심이 있다.”

―주요 의제를 어떻게 보는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번에 부분적인 비핵화에 대해 논의할 것이다. 또 양측이 정전협정 체제를 끝내기 위해 종전 선언을 하는 문제, 양국이 다방면의 관계 개선을 하는 것은 충분히 다룰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결단을 내려야 하는 문제, 양측이 대등하게 타협해야 하는 핵 포기 문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얘기하려고 할 것이다.”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나.

“다방면에서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본다. 남북한 쌍방 관계의 대폭 개선과 평화 보장, 비핵화 전망에 대한 의견 교환이 이뤄지고, 구체적인 관계 개선 문제를 결정할 것으로 본다. 이후 이어지는 실무회담 등을 통해 상응하는 결과를 도출해낼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은 이번에 좋은 성과가 나오겠지만, 미·북 정상회담은 만만치 않을 것 같다.”

―북한의 비핵화 태도에 진정성 있나.

“북한이 핵무기와 장거리미사일을 가지고 있지만, 올해 중요한 정책의 변화가 있었다. 현재 한반도는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북한이 노력한다면 한반도에 평화적인 환경을 제공할 수 있고, 미국·한국·중국 등이 외교적 노력을 통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대를 할 수 있다. 유엔도 회담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가.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할 것으로 믿지는 않는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중요한 부분에서 어느 정도 비핵화는 가능하다고 본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끌어내려면 미국이 상응하는 대가를 줘야 할 것으로 본다.”

―미·북 회담에 대한 전망은.

“한반도 문제의 핵심은 비핵화, 수십 년 동안 이어진 미국과 북한 간 극단적인 적대 관계, 이에 따른 남북한 간 적대 관계이다. 이번에 남북한 관계 개선 등은 가능할 것으로 보지만 근본적인 한반도 문제 해결은 미·북 회담에서 진행될 것이다. 그래서 미·북 회담이 정말 중요하다. 하지만 회담 전망이 그렇게 밝은 것만은 아니라는 게 문제다.”

―북한 비핵화에서 중국의 역할은.

“중국의 역할이 필요한 것은 맞다. 중국은 그동안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와 안정, 남북 대화 등을 꾸준히 주장해왔다. 하지만 중국은 김 위원장의 주요 대화 당사자가 아니다. 중국은 한반도 문제 해결 과정을 주도하기보다는 도와주는 역할을 할 수 있을 뿐이다.”

―북한의 개혁·개방은 가능할까.

“앞으로 경제 건설을 강화할 여지는 충분히 있다. 하지만 비핵화를 이루지 못한다면 유엔의 제재가 엄격하게 유지될 것이기 때문에 북한은 앞으로도 경제적 어려움에 계속 직면할 것이라고 본다.”

베이징=김충남 특파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