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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회장賞 노현진 양

엄마, 잘 지내세요? 늘 엄마에게 든든한 기둥이 되고 싶은 엄마 딸 현진이예요. 평소 엄마께 부끄러워 전하지 못했던 말들을 이 편지에 담아보려 합니다.

얼마 전까지 모의고사에 기말고사에 정신없이 달리다 문득 달력을 보니 어느새 고2의 반이 지났더라고요. 현석이가 벌써 초등학교 6학년이 돼 저보다 더 큰 키로 올겨울에 교복을 사러 갈 만큼 긴 시간이 흘렀습니다.

저와 동생이 이렇게 성장하는 세월 속에 엄마의 눈가에는 더 진한 주름이, 약국에서 사오는 파스의 개수가 더 늘어가고 있다는 것을 엄마는 알지 못하시겠죠. 엄마는 모르시겠지만 엄마, 아빠 두 분이 이혼하실 때, 할머니께 전화해서 울면서 엄마랑 살고 싶다고 한 것도, 비가 오면 물이 새는 빌라에 우리 셋이 뭉쳐서 지냈던 날들도, 외가 식구가 모두 우리를 걱정하며 우셨던 긴 시간도 다 기억하고 있습니다.

아빠 때문에 엄마는 직장을 잃고, 신용불량자가 되고, 온갖 병을 가지고 살고, 다른 이모들은 다 하고 다니는 가방 한번 못 사보고 우리를 위해서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혼자서 등에 파스를 붙이고 있는 엄마를 보면 아빠가 매우 밉습니다. 아직도 아빠를 용서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너는 아빠를 미워하지 마라. 네 아빠잖아”라고 엄마가 말씀하실 때마다 더 마음이 아파서 어제보다 열심히 공부하고 더 많이 웃으면서 열심히 하루를 지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늘 강하게 지내시지만, 마음속에 누구보다 아픈 상처를 묻고 살아가고 있는 이런 엄마인 걸 너무 잘 알기에 제가 살아가는 모든 시간 속에 엄마가 가득한 것 같습니다. 엄마는 늘 아닌 척하지만 제 모든 일상을 궁금해하시고, 제가 힘든 일로 울면서 전화를 드리면 오히려 저를 더 다그치시며 강한 어른이 되도록 이끌어주시고, 말은 안 하시지만, 항상 저를 든든한 큰딸로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항상 깨닫고 있습니다.

제가 경찰의 꿈을 꾸게 된 것도 다 엄마 덕분인 거 모르셨죠? 엄마를 지키고 제 사람들을 지키고 그 주변 사람들 모두가 안전하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굳건한 경찰이 되는 게 제 목표가 됐습니다.

엄마 덕분에 목표가 생기니 공부를 더 열심히 하게 되고, 늘 동생과 엄마와 함께 행복한 하루를 보내고 있는 모습을 꿈꾸며 의미 있는 사람이 돼 의미 있는 삶을 살자고 스스로 응원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이렇게 제 인생의 큰 동기 부여가 돼 주시고 그 누구보다 저를 믿고 사랑해주시면서 자꾸 못 해준 게 많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엄마께서 저를 위해 이겨내신 세월 덕분에 저는 더 건강하게 자랐고, 아직은 어리지만, 걱정 안 하셔도 될 만큼 몸도 마음도 바르게 자라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제 제 걱정은 마세요. 현석이에게 더 많이 신경 써 주시고 제발 엄마 건강을 먼저 생각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얼른 어른이 돼서 현석이 고등학교, 대학교 다니는 것도 도와주고, 엄마 아르바이트도 그만두게 하고 엄마 이도 치료하고 엄마가 한 번도 못 타본 기차도 타고 여행시켜 드릴게요. 그러니까 너무 힘들어하지 마시고, 저를 믿고 기다려주세요. 저에게 엄마는 힘든 만큼 더 멋진 인생을 살고 계시는 제가 평생 존경하고 사랑할 그런 멋진 분이십니다.

단 한 번도 엄마를 부끄러워한 적 없고, 사랑하지 않은 적 없습니다. 늘 무뚝뚝하게 말하고 행동하지만, 그 누구보다 엄마를 아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엄마 뒤에는 항상 제가 있고 현석이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마시고 더 힘내서 저를 응원해주세요.


* 문화일보 후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주최 ‘감사편지 쓰기’ 공모전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