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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호열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2018 남북 정상회담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우리의 D-2 모습은 결전을 앞둔 비장함보다는 샴페인을 터뜨릴 순간만을 기다리는 축제(祝祭) 전야와 같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몰두하며 도발하던 북한이 어느 순간 갑자기 우리의 친근한 이웃이 돼 버린 형국이다. 실제로 북한은 변한 것도 없고 스스로 아직 변했다고도 하지 않는데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축포가 연일 터지고 있다.

지난 30년간 한반도의 최대 현안은 북한의 비핵화 문제다. 이번 정상회담도 바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 첫 단추를 채우는 차원에서 열리는 것이다. 회담에 앞서 북한은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통해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와 ICBM 추가 실험 중단을 결정하고 핵·경제 병진노선에 대한 입장을 천명했다. 미·북 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핵 개발을 일시 중단하는 조치로 해석될 여지는 있으나, 우리 신주류 인사들이 주장하듯이 비핵화 결정이나 핵·경제 병진노선의 폐기로 볼 순 없다.

북한 당중앙위원회 결정문에서 밝힌 핵·경제 병진노선의 결속은 1단계를 마무리했다는 의미로, 핵 개발의 성과와 그 토대 위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는 것이지, 이를 폐기하고 새로운 선택을 했다는 의미로는 읽을 수 없다. 팩트와 선전을 구별하지 못하는 것인지, 알면서도 그렇다고 주장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북한 핵 문제는 북한이 정권 수호와 체제 확장을 위해 핵무장력 확보라는 무모하고 위험한 방식을 추구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당연히 국제사회의 규탄과 제재를 받을 수밖에 없었던 도발이고, 지난 수십 년 간 최소 6차례에 걸친 비핵화 약속을 고의로 위반하면서 핵 개발을 추진했던 것도 바로 북한이다. 지난 시기 북한의 비핵화 대가로 체제 안전보장과 경제 지원을 약속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벌써 수백억, 수천억 달러에 이르는 경제 지원을 기정사실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전력 생산이라는 명분으로 핵 개발을 추진할 때 경수로 건설로 맞바꾸려 했던 것처럼 이번에는 핵무력 폐기에 따른 천문학적인 대가를 지불하려 한다면 인질 석방을 위해 인질범에게 몸값을 치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의 일정과 예상 의제(議題)들을 보면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한국과 미국 간의 역할 분담보다는 남북한과 미·북 간에 분리된 양자회담들이 순차적으로 개최되는 모습이다. 북핵(北核) 문제를 단계별로 접근하거나 해결 시한을 2∼3년으로 설정하려는 구상들은 한·미 간의 공조와는 거리가 있다. 더구나 북핵 문제를 아예 미·북 간의 진성 의제로 국한하려는 모습은 이번 정상회담의 진정성마저 의심케 할 정도다.

우리 정부는 한·미 양국 간에 물샐틈없는 공조가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정부 밖에서 더 정부 같은 주장들은, 한반도에 이미 평화가 도래한 것처럼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넘어 그 이상의 조치들이 회자되고 있다. 그 반면에 북핵 문제는 미국이 알아서 처리할 것이라는 묘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미국은 이미 비핵화를 북핵 폐기로 규정하고 미사일과 생화학무기까지 의제로 설정해 놓고 빅뱅과 같은 결단을 압박하고 있다.

이틀 앞으로 다가온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을 기원하면서도 우리의 협상 전략과 전략적 목표를 북한 비핵화에 집중하고 다음 수순으로 예정된 미·북 정상회담과의 유기적 연계성을 강화하는 데 마지막 노력을 다해줄 것을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