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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이양 논의 여야회담 취소
전문가 “당분간 혼란 계속”
野지도자 “국가 이끌 준비됐다”

두차례 대통령 지낸 사르키샨
총리 재집권 야욕부리다 퇴진

열흘간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주도하며 총리 사임을 이끈 아르메니아 야권 지도자가 “국가를 이끌어나갈 준비가 돼 있다”며 정권 교체 의지를 밝혔다. 아르메니아의 ‘벨벳 혁명’으로 불리는 이번 시민 혁명이 총리 사임에 이어 정권 교체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24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야권 지도자 니콜 파시니안 의원은 이날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검은색 야구모자와 밀리터리 디자인의 티셔츠를 입고 페이스북 동영상을 통해 “국민이 내게 책임을 부여한다면 기꺼이 맡겠다”며 “국가를 이끌어나갈 모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파시니안은 “(여당인) 공화당이 세르지 사르키샨 총리가 사임했다는 것을 이용해 권력을 유지할 생각을 하고 있다”며 “우리는 공화당의 대표를 차기 총리로 지명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 또 우리는 이러한 부패한 시스템이 계속 존재하도록 놔둘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새 총리는 공화당의 일원이 아닌 국민의 후보여야 한다”면서 “벨벳 혁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광장으로 나와 벨벳 혁명을 확실히 끝맺음하자”고 25일 또 한 번의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다.

이날 파시니안의 발언은 당초 이날로 예정됐던 파시니안과 여당인 공화당과의 회동이 전날 밤늦게 갑자기 취소된 뒤에 나왔다. 파시니안은 앞서 “카렌 카라페티안 총리 직무대행과 만나 권력 이양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었다.

평화적 정권 교체 가능성에 대해 전문가들은 “속단하기 이르다”며 “당분간 혼란이 계속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아르메니아의 수도 예레반에 있는 지역연구센터의 리차드 기라고시안 연구원은 “지금 필요한 것은 확실한 권력 분점”이라며 “그러나 시위 과정이 계속되며 국민의 커진 기대감과 위험할 정도로 높아진 분노 등으로 매끄러운 동의와 합의의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아르메니아 법에 따르면 의회는 1주일 내 새로운 총리 후보자를 지명해 다음 달 2일 투표를 실시해야 한다.

사르키샨은 지난 2008년부터 5년 임기의 대통령을 두 차례 지내고 지난 9일 퇴임했다. 아르메니아는 지난 2015년 대통령제에서 내각제로 개헌해 이번부터 통치 체제가 전환된다. 공화당이 지난 13일 사르키샨을 새 총리로 지명하면서 이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시작됐고, 경찰은 파시니안을 비롯한 시위 주도자들을 대거 체포하며 강경 대응했다.

290만 명 인구의 국가에서 4만 명이 넘는 대규모 인구가 모이는 이례적 시위가 계속되자 결국 사르키샨은 23일 “국민의 요구를 수용해 국가 지도자의 자리를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