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20일 국립묘지로 개원을 앞둔 대구 동구 신암동 신암선열공원에서 독립유공자 후손이 애국지사의 묘소를 가리키고 있다.

- 내달 1일 개원 앞둔 대구 신암선열공원

대구市, 16억들여 공원 새단장
앞으로는 보훈처가 관리·행사

잔디교체·보행로 4330㎡ 꾸며
스프링클러·CCTV 새로 설치
개원식땐 총리 등 500명 참석

지난 20일 오후 대구 동구 신암동 신암선열공원. 아파트촌 사이로 난 도로를 따라 400m 정도 지나자 나타난 이 공원은 얼핏 보기에는 수목이 듬성듬성 서 있는 언덕처럼 보였다. 공원 입구로 들어가자 곳곳에 묘지와 비석이 자리 잡고 있었고 인부들은 공을 들여 출입문과 공원 표지석 등을 새로 단장했다. 이곳에서 만난 김정훈(87) 씨는 “선열 묘지 일대가 산뜻해져 격세지감마저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장인 김세영(1889∼1979) 지사를 추모하러 왔다. 김 지사는 1919년 3·1 운동 당시 경북 영덕에서 독립운동을 주도하다 2년 동안 옥고를 치렀다.

신암선열공원이 오는 5월 1일 국립묘지로 정식 개원한다. 서울현충원, 대전현충원, 4·19 민주묘지, 3·15 민주묘지, 5·18 민주묘지, 국립호국원에 이어 국내 7번째로 국립묘지로 승격돼 문을 여는 것이다. 특히 이 공원은 다른 현충시설과 달리, 국내 최대 독립유공자 집단 묘역으로 돼 있다. 3·1 만세운동, 광복군·의병 활동, 일본·만주 독립운동, 군자금 모집·애국부인회 활동 등 국내외 항일운동에 참여한 독립유공자 52명이 안장돼 있다. 대부분 대구·경북 출신이다. 건국훈장 독립장 1명, 애국장 11명, 애족장 34명, 대통령표창 2명, 서훈 미취득자 4명이다. 유공자 가운데 경북 청송 출신인 임용상(1877∼1958) 지사는 1905년 11월 을사늑약이 체결되자 창의군을 조직해 청송·영덕·영천 등에서 일본군 주둔소를 습격했다. 김태련(1879∼1943) 지사는 대구의 3·1 운동을 주도했고 송두환(1892∼1969) 지사는 1920년 임시정부 자금모금 활동 중 일본 경찰을 사살했다. 두 지사는 대구 출신이다.

이같이 이들의 공적은 이루 말할 수 없지만,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현충시설이라는 이유로 전국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다. 대구시에서 주최하는 3·1절과 현충일 순국선열들의 독립정신과 숭고한 희생을 기리는 추모행사가 전부였다. 또 대구시가 상근 직원 3명을 두고 해마다 1억 원을 들여 관리했다. 하지만 국립묘지로 개원하면 국가보훈처가 관리하고 추모행사도 하는 등 격이 높아진다. 개원식에는 이낙연 국무총리와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을 비롯한 정부 고위 공직자와 권영진 대구시장, 보훈단체 주요 인사, 안장 지사 유족 등 500여 명이 참석한다.

이 공원은 지난해 9월 국립묘지 승격 지정을 골자로 하는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지자체 현충시설로는 처음으로 국립묘지로 지정됐다. 공원은 3만6800㎡ 규모다. 원래 대구 남구 대명동 일대에 산재해 있던 애국지사 묘가 1955년 현 위치로 이전됐다. 1957년 경북지사가 선열 묘지 사용 허가를 했고 1974년 관리권이 경북도에서 대구시로 넘어갔다. 1986년 성역화를 위한 공원화 사업이 추진돼 이듬해 준공됐다. 공원 조성 이후 31년 만에 국립묘지로 개원하게 된 셈이다. 위패를 모신 단충사, 관리실 등 3개의 건물이 있다.

이곳 단충사 주변에는 고목이 많아 주민들의 휴식공간으로도 이용됐다. 하지만 1만2950㎡의 묘지 주변은 잔디에 물을 뿌릴 스프링클러 시설이 없어 곳곳의 잔디가 죽고 보행로(4330㎡)도 낡고 깨진 채 방치되다시피 했다. 대구시는 국립묘지 개원을 앞두고 지난해 9월부터 16억 원을 들여 공원 새 단장에 나섰다. 묘지 주변 잔디 교체는 물론, 보행로도 재포장하고 배수시설을 정비하는 한편, 스프링클러 등 관수시설과 CCTV(4곳)도 새로 설치했다. 또 관리사무소와 화장실을 리모델링하고 도로변 담장 보수·도색에 이어 외곽 울타리도 교체했다. 휴식공간인 육각 정자(4개)도 조성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국립묘지 개원으로 공원의 위상이 한층 높아지고 묘지도 안정적으로 관리되는 것은 물론, 독립유공자 유족들도 합리적인 예우를 받게 됐다”고 말했다.

대구 = 글·사진 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