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초읽기에 들어간 4·27 남북 정상회담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그러나 청와대와 정부 움직임을 보면 회담의 ‘실질’보다 ‘외양’에 더 집중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정상회담 의제도 발표하지 못하는 상황을 보면서, 한반도 평화의 본질인 북핵 폐기는 미·북 회담으로 떠넘길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김정은이 분계선 남측을 밟는다는 의미가 작지 않지만, 초라한 오두막에서 단둘이 만나더라도 ‘북핵 폐기’ 합의를 이루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이번 정상회담의 목표는 선명하다. 성공 여부도 여기서 갈린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 핵무기가 미국보다 대한민국에 더 심각한 위협이라는 사실을 직시하고 이에 대한 해법에 집중해야 한다. 중재자 아닌 당사자 입장에서 담판해야 한다. 그런데 문 대통령이 23일 밝힌 접근법은 ‘동결-폐기’ 단계론을 견지하고 있음은 물론, 동결 기준조차 지나치게 낮게 설정했음을 보여준다. 문 대통령은 핵실험 중지 및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선언에 대해 “핵 동결 조치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중대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것이 실행되더라도 ‘핵실험 모라토리엄’에 불과하고, 핵무기 제조 중단이라는 핵 동결과는 거리가 멀다. 동결을 위해서는 영변의 흑연감속 원자로 및 재처리 시설, 고농축우라늄(HEU) 시설 가동을 중단해 핵무기 제조를 멈춰야 하며, 나아가 북한의 핵무기 실태에 대한 정확한 파악도 필요하다.

북한은 지금도 중국과 함께 ‘단계적 조치’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접근법은 지난 25년 동안 실패했다. 언제든 합의를 깰 수 있는 방안은 의미가 없다. 미국 정부가 ‘빅뱅’이라는 용어까지 동원해 초단기적인 과감한 해법을 제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북핵 폐기를 위한 중대 조치들을 6개월 이내에 상호 이행하고, 부수되는 각종 보장과 지원은 추가적으로 협의하자는 방식이다. 문 대통령도 이런 방식으로 김정은의 약속을 받아내야 한다. 모든 합의가 어렵다면 이런 방향 설정을 견인해야 한다. 평화체제 등은 그 후에 논의될 장기 과제들이고, 이미 많은 아이디어가 나와 있다. ‘평화, 새로운 시작’이라는 막연한 표어보다 ‘북핵 폐기, 평화의 시작’이라는 구체적 목표를 갖고 회담에 임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