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학생·졸업생 성명서 발표
서울시교육청, 조사 착수

서울 강북에 있는 A 여고 현직 교사들이 성희롱적인 발언을 일삼았다고 재학생·졸업생들이 폭로함에 따라 교육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24일 “최근 불거진 서울 시내 교사들의 성폭력 사건과 마찬가지로 교육지원청을 통해 매뉴얼대로 사안 조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전날 이 사건을 처음 인지해 파악 중”이라고 전했다.

A 여고 재학생들은 이날 SNS를 통해 “그동안 교사들이 상습적으로 저지른 혐오 표현이나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행동들이 묵인돼 왔다”며 “괜히 학내에서 문제를 제기했다가 학업 성적에 대한 불이익을 받진 않을지 걱정돼 일상화된 성적 수치심을 주는 발언·행동에 제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21일부터 재학생·졸업생들에게 미투(Me Too) 운동 참여를 독려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서명운동을 이어가며 해당 교사 징계와 재발 방지를 요구하고 있다.

미투 운동 성명서를 작성한 이 고교 졸업생 김모(22) 씨는 “학생들이 폭로하는 사안에 대해 학교 차원에서 명확한 사실관계 확인을 해야 한다”며 “비록 사건이 몇 년 전에 발생했더라도 처벌이 필요하다”고 성명서 작성 계기를 밝혔다. 한 재학생은 “모 선생님이 수업 시간에 본인의 방과 후 프린트 자료들이 사라졌는데 ‘아무래도 생리하는 여학생이 훔친 것 같다. 여자는 생리하면 도벽이 생긴다’는 성적 비하 발언을 했다”고 말했다. 다른 학생은 “짧은 치마를 입거나 화장을 하는 학생에게 ‘술집 여자 같다, 몸 팔러 가냐’고 질책하는 교사가 있었다”고 전했다. 또 “여름에 목이 늘어난 반팔 티셔츠를 입은 학생에게 ‘나한테 가슴 보여주려고 반팔만 입었냐’ ‘입술이 크면 남자가 좋아한다’는 등의 발언도 있었다”는 등 폭로가 계속되고 있다. 최근 확산하는 미투 운동을 의식하는 듯한 교사의 발언도 공개됐다. 한 교사는 “내가 이러는 게 너희들에게 미투 아니지? 다 너희 위해서 하는 말인데 설마 미투라고 생각하진 않지?”라고 되물으며 “근데 보니까 미투 이런 거 하는 애들은 다 끼 있는 애들이 먼저 아양 떨어 놓고 미투라고 한다”는 미투 운동 비하 발언에 대한 제보도 이어졌다. 이에 몇몇 졸업생은 미투 운동을 시작한 후배들의 용기에 지지를 선언하고 있다.

해당 학교 측은 이에 대해 “제보 내용이 익명이기 때문에 사안을 확인 중”이라며 “사실로 확인된다면 매뉴얼대로 조치하고 징계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의 ‘학교 성폭력 예방 및 근절대책’은 성폭력 피해 혹은 피해 의심 사례가 접수되면 일차적으로 교육(지원)청에 보고토록 돼 있다.

김기윤 기자 cesc3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