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시장 자율성 높여야
투자 활성화·성장으로 이어져”

“현 정부 국정 기조와 혁신 성장 사이에 현실적인 괴리감이 커 정부 부처와 공무원들이 구체적인 성과를 만들어내기 힘든 구조다.”

정부가 지향하는 혁신 성장에 가장 부합하는 신산업에서 규제 개혁이 도외시된 가운데 정부 부처가 산업 현장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일구는데 현실적인 한계가 많다는 전문가들 지적이 나오고 있다.

24일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는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정부는 혁신성장을 외치고 있지만, 가시적인 행동이나 체질 개선 정책은 제대로 나온 것이 없다”며 “대기업 규제 강화를 지향하는 문재인 정부 기조와 맞지 않아 핀테크와 의료 등 신산업 관련 규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점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부의 경제 철학과 이념적 지향점을 과감하게 바꿔야 시장 자유도를 높여 투자를 활성화 시킬 수 있다”며 “이 같은 기조에서는 정부부처도 신산업 관련해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혁신 성장에 걸맞은 신산업이지만 정부 잣대에 맞춘 규제에 발목 잡힌 업종으로는 의료와 금융, 클라우드 등이 꼽힌다. 대표적인 예가 금융이다. 정부는 은산분리를 엄격하게 적용하면서 핀테크 산업 발전과 금융업 경쟁력이 저해 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유정주 한국경제연구원 기업혁신팀장은 “은산분리 규제로 인해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등 비금융기업들은 인터넷 전문은행을 설립하지 못하고 있다”며 “세계 최고 수준 ICT 인프라를 가진 한국금융시장이 해외보다 핀테크 산업에서 뒤처진 원인은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강력한 규제에 기인한다”고 말했다.

클라우드와 빅데이터 등도 규제가 풀리지 않아 시장 발전 속도가 미미하다. 한경연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은 3~6년 전부터 정보 관련 법제화를 추진해 빅데이터와 클라우드 등 데이터의 활용방안을 마련했다. 반면 한국은 개인정보에 대한 포괄적 정의와 과도한 규제로 산업 자체가 꽃 피우지 못한 실정이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