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核 굳히기’ 노골화한 김정은…CVID 흔들림 없어야

북한 김정은의 핵(核)실험 중단 및 핵실험장 폐쇄 등의 카드를 놓고 비핵화 의지 표현인지, 핵 보유국 선언인지 등을 놓고 논란이 분분하다. 4·27 판문점 정상회담을 앞둔 문재인 정부는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이고, 일각에선 김정은의 핵폐기 의지가 확인된 것처럼 낙관적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북핵 문제의 본질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전혀 헷갈릴 이유가 없다. 호들갑을 떨 필요는 더더욱 없다. 핵무기 위협의 본질이 달라진 것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북한이 지난 2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결정서라는 요란한 형식을 갖췄지만, 핵무기 시설을 폐쇄한다거나 생산을 중지한다고 밝히지 않았다. 어디에도 그런 표현이나 의지는 없다. 그 대신 “핵실험 중지는 핵 군축을 위한 과정”이라고 선언해 오히려 ‘핵 굳히기’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 순간에도 영변 핵 단지의 플루토늄 재처리시설 및 고농축 우라늄(HEU) 생산을 위한 원심분리기 시설은 가동되고 있다. 2013년 시작된 핵·경제 병진 노선에서 핵을 떼고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했지만 ‘핵 보유 경제’를 강조함으로써, 핵 동결 및 핵 비확산을 조건으로 장기간에 걸쳐 거대한 지원을 얻어내겠다는 전략과 다름없다. ‘비핵화’는 북한 핵무기의 완전한 폐기여야 한다는 대한민국의 입장에서 볼 때에도 이번 북한 카드는 역주행이다. 향후 협상에서 핵 군축회담을 제기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비핵화 협상은 더 힘들어졌다고 봐야 한다. 김정은이 향후 정상회담에서 기왕에 개발해놓은 핵은 인정받는 조건에서 협상을 진행하려 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김정은의 이런 현란한 술책에 휘둘려선 안된다. 한·미 양국이 ‘2인3각’ 모양으로 빈틈없이 공조하면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폐기(CVID)를 밀어붙여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비핵화’ 개념에 대해 마크 쇼트 미국 백악관 보좌관은 22일 “사용 가능한 핵무기를 더는 보유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도 21일 “검증 가능한 방법으로 핵을 폐기할 때까지 제재와 최대 압박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나흘 앞 남북정상회담이 이런 한·미 양국의 의지를 직접 전달하는 무대가 돼야 한다.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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