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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사령탑 최다승 타이
노장들 살리는 ‘재활공장장’ 팀
훈련외 모든것 선수에 맡겨

최강희(59·사진) 전북 현대 감독이 K리그 역대 사령탑 최다승 타이기록을 세웠다.

전북은 22일 제주월드컵경기장서 열린 K리그1 제주 유나이티드와 원정경기에서 1-0으로 승리했다. 최 감독은 이로써 통산 210승(107무 98패)을 거둬 김정남(75) 전 울산 현대 감독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김 전 감독은 2008년 울산에서 210승(168무 159패)을 남겼다. 페이스는 최 감독이 더 빠르다. 최 감독은 13년 만에, 김 감독은 23년 만에 210승을 올렸다.

2005년 7월 전북에 부임한 최 감독은 그해 2승 3무 7패, 이듬해 11승 13무 15패에 그쳤다. 최 감독은 2007년 12승 12무 12패로 승패의 균형을 맞췄고, 2008년(17승 8무 14패)부터 본격적으로 승수를 쌓기 시작했다. 최 감독은 오는 25일 춘천송암스포츠타운에서 열리는 강원 FC와의 원정경기에서 최다승 경신을 노린다.

최 감독은 “1988 서울올림픽에서 대표팀으로 처음 발탁됐는데 당시 사령탑이 김정남 전 감독이었다”면서 “은사이신 김 전 감독은 선수로서, 지도자로서 롤모델이기에 내가 김 전 감독과 같은 승수를 거둘 것이라곤 생각조차 못했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전북 구단을 맡자마자 3연패를 당했고 간신히 1승을 거뒀지만 다시 3연패에 빠졌다”면서 “요즘 같았으면 바로 경질을 당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강희 리더십은 신뢰와 자율로 표현할 수 있다. 최 감독은 선수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는다.

특히 ‘한물갔다’는 혹평을 듣는 선수들을 품은 뒤 장점을 살려 다시 스타덤에 올려놓는 솜씨가 뛰어나다. 그래서 ‘재활공장장’에 비유된다. 이동국(39)이 대표적인 예. 2008년 성남 일화(현 성남 FC)에서 13경기 2득점, 2도움에 그쳐 방출 리스트에 오른 이동국을 당시 다른 구단은 모두 외면했다. 하지만 최 감독은 이동국을 영입했다. 이동국은 2009년 개인 한 시즌 최다득점(20골)을 올리면서 생애 첫 득점왕에 올랐고, 전북을 창단 후 첫 리그 우승으로 이끌며 보답했다.

최 감독은 자율방임형. 하루 1시간 30분가량의 팀 훈련만 진행하고 나머지 시간엔 자율을 보장한다. 쉬든 운동하든 선수 개인의 선택에 맡긴다. 단, 팀 훈련에서 경쟁력을 입증하지 못하면 출전 기회를 박탈한다. 이 때문에 자율적인 훈련 분위기가 자리 잡았고 전북의 팀 경쟁력은 향상돼 2009년, 2011년, 2014년, 2015년, 2017년까지 5차례 K리그 정상에 올랐다. 최 감독은 “예전엔 모든 것을 신경 썼지만 이젠 팀 훈련 외엔 선수단에 간섭하지 않는다”면서 “선수들이 스스로 몸을 관리하고 기량 발전을 꾀하기에 감독은 큰 밑그림만 그리면 된다”고 강조했다.

허종호 기자 sportsh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