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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있는 나날(EBS1 21일 오후 10시55분)=1차 대전이 끝나고 2차 대전의 암운이 드리우던 1930년대, 영국 옥스퍼드의 대저택 달링턴 홀에는 국제회의에 참석하는 전 세계 유력 인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달링턴 홀의 집사장 스티븐스(안소니 홉킨스)는 오랜 경험과 타고난 치밀함으로 이 대대적인 행사들을 매번 빈틈없이 치른다. 달링턴 경을 절대적인 주인으로 섬기며 충성을 다하는 스티븐스는 아랫사람들의 기강 확립과 효율적인 집안 관리를 위해 추호도 사적인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심지어 자기 아버지가 임종을 맞는 순간에도 발병이 난 외교 사절을 접대하는 침착함을 보이는 스티븐스, 이토록 차갑기만 한 스티븐스 앞에 어느 날 매력적인 하녀장 켄턴(엠마 톰슨)이 나타난다. 켄턴은 스티븐스의 냉정한 태도 이면에 따스한 인간미가 있음을 간파하고 그에게 자연스럽게 호감을 느낀다. 스티븐스 역시 똑똑하고 유능한 켄턴에게 끌리지만 그럴수록 마음의 빗장을 더 굳게 걸어 잠근다. 결국 스티븐스의 이중적인 태도에 지친 켄턴은 다른 남자와 결혼해 영국 서부로 떠나버리고, 독일과의 화합을 추진하던 달링턴은 나치 부역자로 낙인찍혀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