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문경은 SK 감독이 18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챔피언결정 6차전에서 승리, 우승을 확정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

프로농구 DB 꺾고 챔프 등극
칭찬으로 조직력 극대화 시켜
전략적인 유망주 발굴 결실
“잘 따라와준 선수들 고마워”

SK가 18년 만에 프로농구 챔피언이 됐다. SK는 18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에서 DB에 80-77로 승리, 4승 2패로 챔프전을 마무리하며 1999∼2000시즌에 이어 우승컵을 품었다. 문경은(47) SK 감독은 현역으로, 사령탑으로 챔프전 우승을 차지했다. 문 감독은 삼성 소속으로 2000∼2001시즌 정상에 올랐다.

현역 시절 ‘람보 슈터’로 불린 문 감독은 2010년 은퇴했고 2011년 SK 감독대행, 2012년 감독을 맡았다. 2012∼2013시즌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으나 챔프전에서 패했고, 그 뒤 2차례 3위에 올랐다. 고비도 있었다. 2015∼2016시즌 9위, 2016∼2017시즌 7위. 감독직은 ‘파리 목숨’에 비유된다. 하위권은 곧 경질이 일반적인 공식이지만 SK는 문 감독에게 계속 지휘봉을 맡겼다. 그리고 문 감독은 올 시즌 팀을 정규리그 2위로 이끌었고 마침내 챔프전을 석권했다.

SK가 문 감독을 믿은 건 물론 이유가 있다. SK를 너무나 잘 아는 지도자이고, 특히 선수 육성에 일가견이 있기 때문. 장지탁 SK 사무국장은 “젊은 선수를 길러 인재풀을 넓힌 프로야구 두산의 ‘화수분 야구’를 벤치마킹했다”면서 “SK의 화수분 농구에는 문 감독이 적임자라고 구단은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화수분 농구를 위해 문 감독은 물론 전희철, 김기만, 허남영 코치 등 코칭 스태프는 모두 SK 출신으로 구성됐고 그 중심에 문 감독이 있다. 문 감독의 조련을 받은 4년 차 최원혁, 2년 차 최준용, 신인 안영준은 정규리그는 물론 플레이오프와 챔프전에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며 우승에 앞장섰다.

문 감독은 질책보다 칭찬, 채찍보다 당근을 앞세워 선수단을 지휘하고 그래서 ‘형님 리더십’에 비유된다. 원주 원정으로 치른 1, 2차전에서 모두 패한 뒤엔 코치진은 물론 선수들을 불러 소주를 건네며 위로하고 격려했다. 가라앉은 선수단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서였고 3차전부터 내리 4연승을 거뒀다.

문 감독은 또 스타 출신답게 팬, 언론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화끈하고 공격적인 전술·전략을 펼치기에 SK가 추구하는 ‘스포테인먼트’를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 감독은 6차전 직후 “초보 감독이었던 2012∼2013시즌 모래알에 비유됐던 조직력을 그물처럼 촘촘하게 바꿔놓겠다고 다짐했었다”면서 “선수들이 그동안 잘 따라와 너무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을 꼭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동하 기자 kd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