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샤킴 그리핀이 지난 3월 29일 미국 플로리다주 센트럴플로리다대에서 NFL 스카우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양팔을 벌려 공을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신인지명 앞두고 체력 테스트
탁월한 능력… 스카우트 ‘주목’

손가락 형성되지 않은채 출생
큰 고통으로 4세때 절단 수술
쌍둥이 형과 고교·대학서 운동
뛰어난 실력 ‘수비수賞’ 받아
“난 한손으로도 뭐든 할수있어”

한쪽 손이 없어도 공을 더 잘 잡고, 더 빨리 달린다. 샤킴 그리핀(23)에게 신체장애는 장애물이 아니다.

오는 26∼28일 열리는 미국프로풋볼(NFL) 신인드래프트를 앞두고 샤킴에게 스포츠라이트가 쏟아지고 있다. 왼손이 없는 샤킴은 미국 센트럴플로리다대 라인배커. 신인드래프트 참가자들의 신체적인 능력을 검증하는 스카우팅콤바인이 지난달 열렸으며, 왼손이 없는 샤킴은 40야드(약 36.6ｍ)를 4.38초 만에 주파했다. 라인배커로는 2003년 존 알스턴의 4.40초 이후 가장 빠른 기록이다.

라인배커는 수비의 가장 뒤쪽 포지션으로 상대 러닝백이 블록을 뚫고 달려올 때 막는 역할을 맡는다.

스카우팅콤바인에 앞서 샤킴을 주목하는 NFL 구단은 거의 없었다. 샤킴이 전국 랭킹 6위로 시즌을 마친 센트럴플로리다대 소속이며 ‘올해의 수비수’로 선정됐지만, 왼손이 없기에 프로 무대에서 견디기는 힘들 것이란 선입견 탓. 타원형 공을 던지고 받는 NFL에서 한쪽 손이 없다는 건 치명적인 약점이다. 하지만 스카우팅콤바인에서 샤킴은 놀라운 능력을 입증했고 그를 바라보는 시각은 달라졌다. 몸무게 103㎏의 샤킴은 탁월한 스피드는 물론 엄청난 파워마저 과시했다. 샤킴은 또 왼손에 고정장치를 착용한 채 누워 무게 약 102㎏의 바벨을 무려 20회나 들어 올려 스카우트들을 매료시켰다.

샤킴은 ‘양막대 증후군’이라는 희귀 질환을 지니고 태어났다. 왼손 손가락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작은 신체접촉에도 극심한 통증에 시달렸고 결국 4세 때 왼손을 절단했다.

하지만 샤킴은 개의치 않았고 어렸을 때부터 뛰어난 운동감각을 뽐냈다. 2분 일찍 태어난 쌍둥이 형 샤킬과 함께 육상, 야구, 풋볼을 즐겼다. 샤킬은 지난해 신인드래프트에서 시애틀 시호크스에 코너백으로 지명됐다.

이미지 크게보기 샤킴의 쌍둥이 형인 샤킬 그리핀. NFL 닷컴 제공

샤킬은 동생을 끔찍하게 아끼고 챙겼다. 쌍둥이 형제는 운동을 함께하며 고교와 대학에 진학하겠다는 꿈을 공유했고 이뤘다. 레이크우드고교, 센트럴플로리다대에 나란히 진학했다. 샤킬은 동생과 함께 입학하는 조건으로 센트럴플로리다대의 스카우트를 받아들였다. 대학에서 샤킴은 형에 비해 출전 기회가 적었지만, 라인배커로 보직을 변경한 뒤엔 펄펄 날았고 선발을 꿰찼다.

스카우팅콤바인에서 강한 인상을 남겼기에 샤킴은 신인드래프트에서 상위 지명을 받을 것으로 내다보인다. 샤킴은 “(상위 지명은) 기분 좋은 이야기”라면서 “사람들이 장애를 지닌 선수가 아닌, 프로선수로 나를 바라보길 원한다”고 말했다. 샤킴은 또 “나는 다른 이들보다 두 배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고, 진정한 선수가 될 수 있다는 걸 입증했다”며 “다음 단계(프로)에서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샤킴은 “많은 사람이 NFL은 한 손이 아닌 두 손으로 하는 스포츠라고 말한다”며 “하지만 나는 한 손으로도 얼마든지 공을 던지고 받고 남보다 빠르게 달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샤킴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짐 에보트를 연상케 한다. 오른손 없이 태어난 에보트는 1989년 캘리포니아 에인절스에서 좌완투수로 데뷔했고, 뉴욕 양키스 소속으로 노히트노런 등을 남겼다.

김동하 기자 kd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