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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와 경찰이 12일 경북 성주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기지 공사 장비를 반입하기로 했으나, 반대 단체 측의 반발로 무산됐다. 경찰 병력 3000여 명을 투입하고도 농성 중인 반대단체 회원과 일부 주민 150여 명을 해산시키지 못했다. 농성자 중에는 현지 주민보다 외지인이 더 많았다.

국방부와 경찰은 이날 오전 11시쯤 기지 내 숙소 누수와 오·폐수처리시설공사 등 장병들의 생활여건 개선을 위해 장비와 자재를 반입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경찰은 기지 입구 진밭교에서 농성 중인 반대단체 측에 10여 차례 명령을 한 뒤 10시 30분쯤 강제 해산에 나섰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80여 명이 철제 빔으로 만든 격자형 공간에 1명씩 들어가서 농성을 하며 완강히 버티자 경찰은 1시간 30여 분 만에 해산을 중단했다. 경찰 관계자는 “일부 노약자가 있는 데다 부상자가 속출할 우려가 있어 강제 해산에 신중했다”고 말했다. 사전에 장비 반입 사실을 주민에게 통보했던 경찰이 사실상 손을 든 것이다.

국방부 역시 반대 단체 측과 협상을 벌여 지난해 11월 기지에 반입했던 굴착기 등 녹슨 노후 장비 반출을 위한 트레일러 15대만 들여 보내기로 했다. 이날 하기로 했던 부대 내 생활 시설 개선을 위한 골재와 자재 반입과 공사 인부 출입은 이뤄지지 않았다. 반대 단체 측은 경찰 병력이 철수하자 이전처럼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미군 차량과 공사 차량 출입 감시에 나서며 “승리했다”고 밝혔다. 국방부와 경찰은 반대 단체 측의 20배에 이르는 병력을 투입하고도 백기를 든 셈이 됐다. 경찰과 농성자 간 몸싸움을 지켜보던 한 주민은 “공권력과 안보라는 국가 두 기둥이 불법 농성에 무너졌다”고 말했다. 국방부와 경찰은 공권력과 국가 안보의 존재 이유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박천학 전국부 기자 kobbl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