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일각선 ‘사퇴 초읽기’해석
한국 “文, 국민은 안중에도 없어”

검찰이 13일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외유성 출장 의혹 등에 대해 전격적으로 압수수색에 나서고 문재인 대통령이 김 원장에 대한 ‘조건부 사임’ 의사를 밝히자 정치권은 술렁였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은 김 원장 고발 사건이 서울남부지검에 배당된 지 하루 만에 압수수색이 이뤄진 것에 당혹감을 표현하면서 “검찰이 청와대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청와대의 국회의원 해외 출장 사례 조사 등에 대해 ‘국회 사찰’ ‘독재정치 부활’이라고 반발하면서 사태 추이를 주시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검찰이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등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에 대한 불만을 이런 식으로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다”며 우려를 표했다. 또 다른 의원도 “의원들 사이에서 검찰의 이례적 압수수색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며 “검찰이 이런 식으로 신속하게 나서 ‘공수처는 불필요하다. 우리가 다 한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일부 민주당 인사는 문 대통령이 김 원장의 거취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힌 것을 두고 김 원장의 사퇴가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당 고위 관계자는 “사퇴 시기와 방법만 남은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의 입장 발표 이후 페이스북에 “결국 국민은 안중에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김 원내대표는 “헌정사상 초유의 입법부 사찰을 자랑스럽게 떠벌리는 그들에게 국회는 당연히 ‘패싱’ 대상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바른미래당은 의원 전원 명의로 “청와대의 물타기를 강력 규탄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바른미래당은 “청와대는 여당을 시켜 물타기 뒷조사를 하고 민주당은 청와대의 하수인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조배숙 민주평화당 대표도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현 정권이 적폐만 전 정권을 닮았나 했더니 오기 부리는 것까지 닮았다”고 말했다.

김동하·이후연 기자 kd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