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10일 서울 은평구 녹번동 서울혁신파크 홍보관이 폐쇄 상태로 방치돼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 은평구 녹번동 서울혁신파크 가보니…

2억2000만원 들여 만든 홍보관
출입문 닫아놓은채 운영 안해
市감사위서 채용비리 지적도
주민들 “혁신파크 없어졌으면”
市 “지적받은 사항 개선할것”

“이게 무슨 혁신파크입니까. 흉물이지요.”

10일 서울 은평구 녹번동 서울혁신파크를 방문한 기자와 만난 주민 정산용(77) 씨는 “지역 주민들은 혁신파크가 빨리 없어지길 바란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불통의 공간으로 주민에게 피해만 주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지난 2015년 옛 질병관리본부가 있던 부지에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거점으로 만들어 서북권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며 혁신파크를 조성했다. 서울시는 220개의 각종 시민단체와 1200여 명의 활동가가 입주해 있는 이곳을 ‘혁신도시 서울’의 위상을 대표하는 곳으로 홍보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지역 주민들은 혁신파크를 기피·혐오시설로 받아들이고 있다.

실제 주변을 돌아보니 곳곳에 폐쇄됐거나 방치돼 있는 시설과 조형물들이 눈에 띄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서울기록원’ 건립 공사 현장 바로 옆 혁신파크 홍보관인 ‘이노파크 뮤지엄’이다. 홍보관 조성엔 혈세 2억2000여만 원이 투입됐다. 굳게 잠긴 홍보관 정문 안으로는 어지럽게 널려 있는 각종 시설물이 보였다.

2015년 12월에 준공됐지만 2016년 5월부터 시작된 기록원 공사로, 가설 울타리가 홍보관 진입로를 막으면서 장기간 방치됐다. 미래청과 청년청 사이 잔디밭 위엔 서울시 예산으로 제작된 조형물들이 여럿 방치돼 있었다. 음식 조리를 하며 모임을 할 수 있다는 ‘파전아저씨집’, 지속가능 발전의 가능성을 탐색하겠다는 ‘에너지자립형 공생도구키트’, 소나무 밑 작은 공간 ‘언플러그드 하우스’ 등 명분과 이름은 거창하지만 전혀 활용되지 않고 있는 시설들이 폐기물처럼 놓여 있었다.

미래청 앞에 있는 ‘앞뒤 없는 운동장’도 상태는 마찬가지였다. 펼치면 반원형 운동장이 되는 시설이지만 운동기구로 기능을 못하고 있었고 부착돼 있는 골대, 그물, 표적도 부서졌거나 녹슨 지 오래였다. 이 시설 제작에만 6500만 원의 혈세가 들어갔다고 한다.

실제 지난 2월 서울시 감사위원회가 공개한 혁신파크 특정감사 결과에 따르면, 혈세 낭비, 센터장 채용비리 등 문제점이 37건이나 지적됐고, 1622만 원 환수 조치가 내려지는 등 문제가 많다는 게 밝혀졌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혁신파크 운영과 관련해 보완 및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된 사항에 대해서는 빠른 시일 내에 방안을 마련해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