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위기 한풀 꺾인 美·中 무역전쟁

백악관“구체적 행동 보고싶다”
뉴욕·유럽증시 일제히 상승세


일부선 낙관론 경계 시각 존재
시진핑 “첨단기술 美양보 기대”
이견 해소안돼 분쟁재연 가능성

시진핑(習近平·오른쪽 얼굴) 중국 국가주석이 10일 자동차 수입 관세 인하와 지식재산권 보호 등 미국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함에 따라 고조돼 왔던 미·중 무역전쟁 위기가 한풀 꺾이는 모양새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도 시 주석에게 “고맙다”며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양국 간 무역 갈등의 핵심 이슈였던 중국의 첨단 제조업 육성책 ‘중국 제조 2025’와 관련된 이견이 해소되지 않아 분쟁이 재연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중국이 금융시장 등 개방 확대 조치를 실제 이행할지도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이다.

11일 외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이 전날 보아오(博鰲)포럼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자동차 등 개방 확대 조치를 내놓은 것에 환영하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관세와 자동차 (무역) 장벽에 관한 시 주석의 사려 깊은 발언과 지식재산권 및 기술 이전에 대한 그의 깨달음에 대해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함께 큰 진전을 이룰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이 중국에서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낙관론에 이날 뉴욕과 유럽 증시도 일제히 상승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무역전쟁이 쉽게 해소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하다. 특히 시 주석이 미국에 양보하면서도 중국의 첨단기술 제품에 대한 제한을 풀어달라고 요구한 부분이 주목된다. 시 주석은 기조연설에서 “우리는 선진국들이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첨단기술 제품 무역에 대한 제한을 중지하고, 중국에 대한 첨단제품 수출 제한을 완화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중국을 2025년까지 인공지능(AI)·로봇·항공 등의 첨단 제조 강국으로 만들겠다는 정책은 사수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이와 관련해 중국 내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최근 미국이 중국에 ‘중국 제조 2025’와 관련된 산업에 보조금을 지급해온 정책을 철회할 것을 요청했으나 중국이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중국이 첨단기술에 대한 ‘도둑질’을 통해 제조업을 육성하고 있다며 이번에 싹을 잘라버리겠다는 의지가 매우 강하다. 따라서 향후 미·중 협상 국면에서 이 부분이 다시 갈등을 증폭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미국의 중국에 대한 깊은 불신도 향후 전망을 흐리게 하고 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우리는 확실히 시 주석의 사려 깊은 발언에 고무됐지만, 동시에 우리는 중국의 구체적인 행동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베이징 = 김충남 특파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