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방송법 대치’ 심화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당은 11일 더불어민주당이 공론화위원회 성격의 새 기구가 공영방송 사장을 선출하도록 하는 내용(국민참여형 공영방송 사장 선출제)의 방송법 개정안을 새롭게 제시한 것에 대해 “방송 장악을 위한 또 다른 꼼수”라며 ‘수용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4월 임시국회 정상화를 위해 민주당이 꺼낸 방송법 대안이 또 다른 여야 충돌 소재로 비화하는 형국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한국당 간사인 박대출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100∼200명 위원으로 구성된 국민추천위원회에서 과반 찬성으로 한 명을 공영방송 사장 후보자로 추천하게 하자는 것은 정부가 ‘2중대 위원회’를 통해 방송을 간접 지배하겠다는 의미”라며 “공영방송을 광장으로 내모는 위험한 방식”이라고 날을 세웠다.

김경진 민주평화당 최고위원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권을 잡고 집권하고 나니 자신들이 제출한 개정안을 전면 부정하는 언동을 하고 있다”며 “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은 초심으로 돌아가 정치를 해달라”고 말했다.

이들 야당은 국민참여형 사장 선출제로 여권의 방송 장악 의도가 다시 한 번 명백해졌다며 기존 발의된 방송법 개정안(박홍근안)의 4월 국회 처리가 더욱 시급해졌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2016년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은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 주도로 공영방송 사장을 이사의 3분의 2 이상 동의로 임명하게 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박대출 의원은 “우리는 박홍근안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라며 “민주당이 자기부정을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국회 과방위 바른미래당 간사인 오세정 의원은 “지금으로선 박홍근안이 완벽하진 않지만 최선”이라며 “3분의 2 이상 동의 규정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면 5분의 3으로 완화하는 방안까지는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박홍근 수석부대표는 “우리가 제시한 안은 이번 기회에 정치권이 공영방송에서 손을 떼자는 의미”라며 “기존 입장을 번복한 데 대해 절차적 측면에서 비판의 소지가 있지만 명분이나 대의 차원에선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근평·박효목 기자 istandby4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