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다랑이밭에 보리가 파랗게 자라는 봄날의 청산도 풍경. 전남 완도의 청산도에서는 슬로길 걷기 축제가 5월 7일까지 열린다.

여행주간 걷기 좋은 길

전남 해남 달마고도
한반도 땅끝서 만난 평온함

경기 양평 두물머리
물레길 물안개 피어오른 비경 ‘만끽’

인천 강화 강화나들길
영산홍·철쭉… 봄꽃의 향연

완도 청산도 슬로길
11개 코스 총 42.195㎞

오는 28일부터 5월 13일까지 진행되는 봄 여행주간 기간에 전국 곳곳에서 ‘우리나라 걷기 축제’가 열린다. ‘걷기’라는 친환경 관광 소재를 활용한 지역관광 활성화 사업으로 마련된 행사다. 정부는 봄 여행주간을 앞두고 전 국민 걷기 여행 붐 조성을 위해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유명 걷기 여행길 활용 행사를 공모했고, 심사를 거쳐 10곳의 걷기 축제 개최 지역을 선정했다. 걷기 축제 개최지는 봄날 걷기 좋은 이른바 ‘대표선수급’ 걷기 코스이니 축제와 상관없이 가 볼 만하다. 봄 여행주간 걷기 축제 개최 지역으로 선정된 10개 걷기 코스 중에서 5곳을 골라봤다.


# 마음으로 닦은 길…
- 전남 해남 달마고도

해남의 한반도 최남단 땅끝의 절집 미황사가 깃들여 있는 달마산에다 외부 자재를 일절 사용하지 않고 인력으로만 조성한 걷기 길 ‘달마고도’에서 오는 28일 달마고도 걷기 여행 축제가 열린다.

달마고도는 치솟은 암봉으로 이뤄진 달마산의 빼어난 산세와 다도해의 절경이 한데 어우러지는 산허리에다 조성한 17.7㎞의 걷기 전용 둘레길이다. 미황사의 옛길이기도 하며, 미황사가 거느렸다고 전해지는 열두 암자의 자취를 순례하는 길이기도 하다. 조성 과정에서 자연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장비를 쓰지 않고 돌 하나하나 지게로 날라서 사람의 손으로 길을 닦았다. 그래서일까. 길에 들면 길을 놓은 이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해 심신이 편안해진다.

축제는 걷기 행사가 중심이 되는데, 숲속의 작은 콘서트, 명상음악회, 도보여행 테마 강연 등도 진행된다. 나무 명패 만들기 체험, 현장 사진 인화 서비스 등 부대 체험 행사도 열릴 예정이다.


# 돋보이는 접근성…
- 경기 양평 두물머리 물레길

오는 28일 양평의 양서문화체육공원에서 두물머리 물레길 봄 소풍 걷기 여행 축제가 열린다. 두물머리는 북한강과 남한강이 합쳐져 한강이 시작되는 곳으로, 느티나무 노거수를 배경으로 이름 아침에 피어나는 물안개의 비경으로 이름났다. 한국관광 100선과 ‘한강 제1경’에 선정됐으며 드라마, 영화 촬영지로도 널리 알려졌다.

축제가 진행되는 두물머리 물레길 코스는 양수역에서 출발해 두물머리 일대와 수변 정원 세미원 등을 돌아서 원점으로 되돌아오는 7㎞ 남짓의 도보 코스다. 세미원, 두물머리, 두물경, 환경생태공원 등을 두루 들른다. 축제 기간 중 도보 코스 일원에서 버스킹 공연이 진행되고 친환경 로컬 푸드 장터도 선다. 보물찾기, 인생 사진 찍기 등 다양한 즐길 거리도 마련됐다. 두물머리 물레길은 서울에서 중앙선 전철로 30분 만에 찾아갈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다.

이미지 크게보기 인천 강화의 강화나들길 2코스 종점의 초지진. 이 구간에서 오는 28일 걷기 행사가 열린다.

# 봄꽃을 따라 걷다…
- 인천 강화 강화나들길

오는 28일 강화나들길 2코스에서 ‘봄바람 살랑살랑, 강화나들길 꽃길 걷기 행사’를 개최한다. 축제가 아니라 ‘행사’니만큼 부대 프로그램보다는 걷기에 집중한다. 강화나들길 2코스는 갑곶돈대를 출발해 초지진까지 해안둑길을 따라 걷는 코스로 봄철의 경관이 아름답기로 손꼽힌다. 봄 여행주간 걷기 행사를 해마다 이곳에서 여는 이유다.

4월 말부터 5월까지 갑곶돈대에는 붉은 영산홍을 시작으로 철쭉꽃과 타래붓꽃이 피어난다. 강화에서만 볼 수 있는 노란 순무꽃도 있다. 초지 삼거리 인근의 매화마름 군락지에서는 매화마름꽃도 볼 수 있다. 코스 중간중간에 이어지는 돈대와 진, 보는 항쟁의 역사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중요한 유적지로 아이들의 역사교육에도 좋다. 부대 행사로는 강화나들길 캘리그래피 엽서 보내기, 강화나들길에서 추억을 담아갈 수 있는 사진 한 장 이벤트 등이 마련됐다. 코스 중간중간 돈대에서는 버스킹 공연도 열린다. 고잔마을에서는 건강한 먹거리 장터가 열리고, 광성보 플리 마켓에서는 로컬 푸드 농산물과 간식을 맛볼 수 있다.


# 산과 바다가 다 있다…
- 강원 강릉바우길

오는 5월 12일에는 강릉 초당동 허균·허난설헌 기념공원에서 강릉바우길 구간 걷기 축제가 열린다. 강릉시가 주관하고 사단법인 강릉바우길이 주관하는 축제다. 강릉바우길은 강릉 지역을 중심으로 백두대간에서 경포호와 정동진을 잇는 총연장 350㎞의 트레킹 코스다. 지난해까지는 바우길 5코스에서 축제를 진행했는데, 올해는 바우길 1코스와 5코스, 11코스, 14코스, 16코스 등 5개 코스에서 동시에 진행한다. 허균·허난설헌 기념공원에서 개막행사를 한 뒤 셔틀버스를 타고 걷고 싶은 코스의 집결지로 가면 된다. 가장 편안한 코스는 기념공원을 출발해 선교장, 경포대를 거쳐 다시 공원으로 되돌아오는 축제코스다. 개회식 행사로 치어리더공연과 페이스 페인팅이 진행된다.


# 느리게 섬을 걷다…
- 전남 완도 청산도 슬로길

청산도 슬로 걷기 축제는 지난 7일 이미 시작돼 한 달 동안 계속된다. 봄 여행주간의 걷기 축제 가운데 가장 오래 열리는 축제다. 청산도는 완도항에서 뱃길로 50여 분 거리에 있다. 청산도 슬로길은 총 11개 코스가 있다. 총연장 거리는 마라톤 풀코스와 똑같은 42.195㎞다. 슬로시티에 놓인 청산도 슬로길은 이탈리아에 본부를 둔 국제슬로시티연맹이 공식 인증한 ‘세계 슬로길 1호’다.

다른 지역의 걷기 코스들은 특별히 계절을 가리지 않지만, 이곳 청산도 슬로길의 유통기한은 봄으로 한정된다. 다른 어떤 계절의 경관도 유연하게 굽은 돌담을 끼고 유채꽃이 피어나는 봄날 청산도의 경관과 겨룰 수 없기 때문이다. 축제 기간에는 섬 전체가 노란 유채꽃으로 뒤덮인다. 천 리 길을 마다하지 않고 축제가 열리는 봄이면 청산도로 행락객들이 몰려드는 건 그래서다.

축제 기간에는 청산 완보, 범바위 체험, 서편제 마당극 등이 진행된다. 축제의 대표 프로그램으로 꼽히는 청산 완보는 슬로길 11개 코스마다 스탬프를 찍는 스탬프 투어 방식으로 진행된다.

11개 코스를 모두 다 걸으면 완보 인증카드를 우송해준다.

박경일 기자 park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