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 북한 김정은과의 회담이 5월 말이나 6월 초에 열릴 것임을 언급함으로써 미·북(美北) 정상회담의 불투명성이 많이 줄었다. 그동안 연기설, 무산설 등이 흘러나왔음을 고려할 때 ‘5말6초’ 언급은 북한 핵 폐기 진정성을 둘러싼 미국 측 의구심이 일부 해소됐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의 4·27 판문점 회담과, 한 달 뒤 미·북 회담을 거치며 한반도 문제가 큰 가닥을 잡을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그러나 아직은 미국과 북한의 전략에 어떤 실질적 변화도 없다. 미국은 최대 압박을 통해 북한의 핵 폐기를 단기간에 이루려 하고, 북한은 한국과 중국의 간접 도움을 레버리지 삼아 최대한 시간을 끌며 버티려 할 것이다. 한국에 대해서는, 자신들의 핵무기는 동족 아닌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선전하면서 ‘민족끼리’를 강조하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을 2주 남짓 앞둔 시점임에도 ‘비핵화’가 중요한 의제임을 발표도 하지 못하고 있다. 9일에도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의제 제한 없는 허심탄회한 대화’만 강조했다.

이런 식이면, 북핵 폐기는 전적으로 미·북 회담에 넘기고, 문 대통령과 김정은은 경협과 교류 확대, 무조건적인 한반도 평화 등에만 합의할 수도 있다. 이것은 최대 압박으로 북핵 폐기를 이룬다는 미국과 유엔의 방식과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문 정부는 남북 정상회담의 초점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북핵 폐기(CVID)에 맞추고, 한·미의 빈틈없는 공조로 김정은에 대한 압박을 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