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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란 ‘퍼팅’

‘싱글’을 목표로 하는 골퍼들
퍼팅 아닌 다른 연습만 집중
내기 때 퍼팅 실패로 패하면
다른 샷보다 스트레스 더 커

김인경 ‘30㎝ 실패’5년 고통
박인비는 장타자도 아니지만
퍼팅은 ‘침묵의 암살자’불려
모든 경기는‘끝’이 가장 중요

주말골퍼라면 싱글 핸디캐퍼가 로망이다. 그래서 골퍼들은 드라이버를 비롯해 우드, 아이언 샷, 퍼팅까지 끊임없이 연습하고 레슨받는다. 생각만큼 실력이 늘지 않으면 코치를 바꾸고 열심히 배운다. 하지만 쉽지 않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되레 실력이 줄어드는 경우도 많다. 역효과 때문이다. 코치마다 스윙하는 방법이 다를 수 있다. 코치를 바꾸면 결과적으로 여러 가지 스윙 폼을 익히게 된다. 라운드할 때 어떤 스윙을 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워 제대로 된 샷을 못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끊임없는 노력과 연습으로 극복할 수 있다.

문제는 다른 데 있다. 구력도 어느 정도 되고 웬만한 기술을 익힌, ‘싱글’을 목표로 하는 골퍼가 간과하는 것이 있다. 마무리를 소홀히 한다. 골프에서 마무리는 쇼트게임과 퍼팅이다. 싱글을 목표로 하는 골퍼 중 쇼트게임에 집중하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퍼팅 연습에 집중하는 사람은 적다. 아마도 드라이버, 우드, 아이언 클럽 연습에 비해 퍼팅 연습은 10분의 1도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게임 시작 전 퍼팅 연습그린에서 몇 분 연습하는 것이 전부인 사람도 많다. 골퍼들이 퍼팅에 시간을 투자하지 않는 이유는 퍼팅의 실패로 인한 스트레스를 크게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은 퍼팅 실패로 인한 스트레스보다는 드라이버나 아이언 샷 실패로 인한 스트레스를 더 크게 여긴다. 또 어떤 골퍼들은 퍼팅 실패 원인을 자신보다는 캐디에서 구한다.

그러나 나름 중요한 경기나 내기 때가 되면 퍼팅 실패로 인한 스트레스가 심각할 수 있다. 드라이버나 아이언 샷의 실수로 인해 졌을 때보다 퍼팅 실수로 인해 졌을 때 훨씬 더 충격이 크다. 하지만 많은 골퍼는 이러한 사실을 잘 모른다. 가령 중요한 라운드의 결정적인 순간, 즉 버디 기회에서 퍼팅을 제대로 못 해 보기가 됐고, 이로 인해 졌다고 상상해보라. 얼마나 억울하고 분하겠는가. 억울하고 분한 감정은 잘 느끼면서도 퍼팅을 연습할 생각은 하지 않는다. 퍼팅 실패로 인한 심리적인 영향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마무리는 정말 중요하다. 마무리를 못 한다면 절대로 이길 수 없다. 진정한 고수는 마무리인 퍼팅의 중요함과 퍼팅의 실패로 인한 심리적 영향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골프에서 퍼팅의 중요함은 심리학의 ‘최신 효과’로 설명할 수 있다. 최신 효과란 가장 나중에 제시된 정보가 기억에 오래 남는 걸 말한다. 2012년 김인경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나비스코 챔피언십(현 ANA챔피언십)에서 불과 30㎝ 퍼트를 넣지 못했다. TV 중계나 뉴스를 통해 이를 지켜봤던 많은 팬은 당혹스러워하던 김인경의 당시 모습을 잊지 못할 것이다. 그 후 그는 고통스럽고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는 ‘30㎝ 퍼팅 실수는 평생 따라다닐 질문이니 훈장처럼 답하자고 다짐했다’고 말했지만, 그 사건을 극복하기까지 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퍼팅의 중요함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또 한 명을 거론할 때 ‘골프 여제’ 박인비(사진)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LPGA투어 뱅크오브호프파운더스컵에서 정상에 오르면서 전성기 시절의 퍼팅 실력을 보여줬다. 사실 그는 장타자도 아니다. 그렇다고 아이언 샷이 남보다 뛰어난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는 ‘침묵의 암살자’로 일컬어질 만큼 퍼팅만큼은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지존급이다.

마무리의 중요함은 골프의 전유물이 아니다. 모든 운동이나, 모든 일에서 그렇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있다. 시작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시작은 거창하고 창대하며 화려하나 끝이 초라하고 미미하다면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을까.

한때 바둑계에서 전 세계적으로 위명을 떨쳤던 이창호 기사는 포석보다 마무리, 즉 끝내기부터 통달했다. 그의 바둑은 화려하지 않고 싸움에 능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세계적인 기사들을 번번이 무너뜨렸다. 끝내기에서 압도했기 때문이다. 진정한 고수는 마무리의 의미를 깨친 자일 것이다. 진정 고수가 되고자 한다면 ‘용두사미가 되지 마라’ ‘유종의 미를 거두라’는 말을 깊이 새기면서 마무리의 진정한 의미를 가슴에 새겨야 할 것이다.

심리학 박사·연우심리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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