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中, 北수산물 금지 해제 정황에
옌볜서 北여성노동자들 포착도

北, 압박 못견뎌 대화 나왔는데
장기전 펴며 실익만 취할 우려

중국이 최근 대북제재를 완화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남북, 미·북 정상회담을 포함한 북한 비핵화 협상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제사회의 군사적·경제적 압박으로 벼랑 끝에 몰린 북한이 체제 유지를 위해 대화를 선택한 상황에서 대북 제재망에 균열이 생길 경우 북한의 협상력은 제고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숨통이 트인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서 장기전을 펴면서 과거처럼 실익만 취하고 핵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6일 대북·중국 소식통 등에 따르면 3월 말 북·중 정상회담 이후 북한에 대한 중국의 제재 해제 정황들이 계속 포착되고 있다. 중국 옌볜(延邊)자치주 허룽(和龍)시에 수백 명의 북한 여성 노동자가 신규로 파견되고, 북한산 수산물 수입 금지조치 해제 방침도 중국의 관련 업계에 하달됐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중국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여성들이 임시 통행증이라 할 수 있는 도강증(渡江證)을 받고 중국에 파견됐다고 보도했다. 단둥(丹東)의 유명 대형 북한 식당인 류경식당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방중 직후인 지난 3월 28일 영업을 재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지난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로 강력한 경제 제재를 받았고, 중국도 이에 동참했다. 제재의 효과로 북한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습은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된 바 있다. 노르웨이 국적의 예른 아네르센 북한 축구 대표팀 감독이 북한의 심각한 경제난 때문에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힐 정도였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북한 경제 전문가와 관료들을 인용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현 수준에서 유지된다면 김정은 북한 정권은 빠르게 외환 부족에 시달리게 될 수 있다고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재 30억∼130억 달러 규모의 외환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은 대중 무역 적자분을 보유 외환으로 메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FT는 지적했다.

김 위원장 방중 이후 중국의 움직임을 봤을 때 북한이 대화에 나선 가장 큰 이유는 제재 해제였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북한이 수용하기 힘든 수준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폐기(CVID)를 미국으로부터 요구받을 경우 이에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아도 될 보험을 들어놨다는 것이다. 국책전략연구소 한 관계자는 “북한이 한국을 제재의 가장 약한 고리로 보고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문재인 정부가 독자적인 대북제재 해제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유지하자 기습적으로 중국을 방문해 남북, 미·북 정상회담에 새로운 변수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은 최근 미국과 심각한 무역 갈등을 겪고 있는 데다 과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도 대북제재를 두고 미국과 여러 차례 맞선 적이 있어 향후 북한의 비핵화를 두고도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김병채·박준희·유회경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