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이 5일 국회 중앙홀 계단에서 ‘방송법 개정 요구’ 집회를 가졌는데, 여당 원내수석부대표인 박홍근 의원의 모습이 보였다. 야당 시절 방송법 개정에 앞장섰던 박 의원을 실물 크기 입간판으로 만들어 놓고 언행 표변을 비꼰 것이다. 박 의원은 2016년 7월 당시 민주당 의원 전원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의원 162명의 서명을 받아 방송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정권의 방송 장악을 막기 위해 공영방송 사장 선임에 여야가 추천한 이사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의무화한 ‘특별다수제’ 도입이 골자였다.

이런 민주당이 집권당이 되자 입장을 정반대로 바꾼 것이다. 이 법안에는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도 찬성하고 있어, 민주당만 소신을 지키면 만장일치로 가결된다. 바른미래당의 김동철 원내대표가 “스스로 만든 법안을 거부하는 것은 방송 장악 의지”라고 비판했는데, 실제로 그 밖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지난해 8월 방송통신위원회 업무보고를 받던 문재인 대통령이 “소신 없는 사람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하자, 민주당은 입장을 선회했다고 한다. 여기서 ‘소신’은 곧 ‘코드’를 의미하는 것으로 들린다. 최근 방송가에서 벌어지는 수상한 일들과 겹쳐 현 정권의 방송 장악 의지를 자인(自認)하는 행태도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그러지않아도 한국에는 공영 언론이 너무 많다. 국가가 언론 기관까지 운영해야 할 정도의 극빈국이나 개발도상국도 아니다. 모두 민영화하거나, 꼭 필요하다면 KBS 정도만 적절한 규모로 유지하는 게 옳다. 다만, 현실적으로 긴 시간과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되는 만큼, 현 상황에서 특별다수제가 ‘공영성’을 위한 차선책은 된다. 과반이 훨씬 넘는 의원이 발의에 동참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4월 임시국회 공전 원인도 되고 있는 방송법에 대한 여당의 대오각성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