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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대한민국의 안보 이익을 해치는 말을 함부로 내뱉는데도 우리 정부가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올해 들어 시작된 남북 대화 국면에서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어 우려가 깊어진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은 최근 평양을 방문한 남쪽 취재진에게 “내가 남측에서 천안함 폭침 주범이라고 하는 사람”이라고 발언했다. 이어 북한 매체는 ‘천안함 폭침은 남측의 조작극’이라고 주장했다. 우리 정부는 이에 대해 “노코멘트”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4월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된 직후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문제를 유리그릇 다루듯 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그래서인지 북한을 대하는 정부 당국자들의 태도는 무척이나 조심스럽다. 천안함 논란이 계속되자 5일 정부 당국자는 “남북 정상회담이라는 큰 목적을 향해서 나아가는데 북한의 주장에 일일이 반응하면 남북관계가 앞으로 나아가기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문제는 남측만 북을 ‘유리그릇’처럼 대하고 북은 우리 정부를 압박·비난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최근 ‘천안함 폭침은 남측의 조작극’ ‘미국이 제주 4·3 사건 배후조종’ 등 남남갈등을 유발할 것이 뻔한 주장을 쏟아내는가 하면, 유엔 대북 인권결의안에 지지를 표명한 우리 정부를 향해 “북남관계의 살얼음장에 돌을 던지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5일에는 “남조선당국은 반민족적인 인권모략소동에 계속 매달린다면 북남관계의 파국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남북 대화 국면을 이어가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대화를 위한 대화가 돼선 안 된다. ‘비핵화’와 ‘평화체제’라는 대화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남북 대화를 깨지 않는 데 목을 매기보다는 북한의 부당한 태도에는 ‘노(NO)’를 할 수 있는 건전한 관계 설정이 필요하다.

김영주 정치부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