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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인구 절벽과 초고령화 사회 9 선진국 사례

- 파격적 출산정책 프랑스
입양가족 등 세금·의료혜택
가족정책에 GDP의 5% 사용

- 남녀평등 복지 스웨덴
소득 80% 육아휴직 16개월
출산정책 없이도 출산율 상위

- 난민·이민 수용 독일
고학력자 이민 EU 지침 시행
경제부양 효과없어 갈등 양상

- 이주 노동자 유치 싱가포르
2년이상 체류 땐 영주 신청권
집값 폭등 불만에 완급 조절

전 세계가 인구감소의 늪에 빠졌다. 아프리카 및 아시아 일부 개발도상국을 제외하고 이미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룬 유럽과 미국 등 서방국가들과 동아시아 선진국들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출산율 저하에 따른 인구감소 문제에 직면했다. 인구감소 그 자체보다는 저출산과 고령화를 동반한 인구감소에 따른 노동인구 감소, 즉 생산인구의 감소에 따른 경제성장 침체가 미래 인류가 풀어야 할 과제인 것이다. 이 때문에 한국보다 더 이른 시기에 빠른 속도로 경제 성장을 이뤄온 선진국들은 이미 다양한 방법으로 인구감소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들 국가의 노력이 반드시 괄목상대할 효과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또 효과를 본 국가에서는 그에 상응하는 부작용이 발생해 그 사회를 뒤흔들었다. 그래도 선진국들은 인구감소의 속도를 완만하게 늦추거나, 새롭고 복합적인 대책을 구상하며 인구감소를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처해왔다.

◇출산·복지 정책 프랑스·스웨덴

인구감소를 정책적으로 접근해 가장 근본적으로 해결한 국가는 단연 프랑스다. ‘모든 아이는 국가가 키운다’라는 기본적 인식 아래 파격적인 출산·육아 정책을 통해 출산율 저하를 정면 돌파한 것이다. 실제 프랑스는 1970년 출산율이 2.64명에서 2000년 1.76명까지 크게 떨어졌지만, 지속적인 출산·육아 정책 강화로 2010년 1.97명으로 반등한 데 이어 2015년에는 2.1명으로 더 올라섰다.

프랑스의 가장 효과적인 출산·복지 정책은 미혼부모 가족과 한부모 가족, 입양 가족, 외국인 이민자 가족 등에도 결혼한 부부와 동일하게 세금·의료보험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다.

전통적인 핵가족 형태가 줄어들고 동거 커플, 이혼, 재혼 등 가족 형태가 다양화하는 현상에 주목, 이들의 출산을 장려하려는 목적이다. 프랑스 정부는 또 육아와 관련된 혜택을 중복적으로도 지원하는데, 수당만 보더라도 가족수당, 장애아동특별수당, 한부모수당, 새학기수당, 주거수당 등 가족별 맞춤형으로 지원한다. 가족수당, 육아휴직수당 등 출산 장려를 위한 각종 가족정책에 쓴 돈이 국내총생산(GDP)의 5%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프랑스의 인구는 2000년 6091만 명에서 2005년 6318만 명, 2010년 6503만 명, 2015년 6662만 명으로 감소 없이 꾸준히 증가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프랑스의 출산율이 소폭 감소해 지난해는 1.88명을 기록했지만, 여전히 유럽에 비해서는 높은 출산율과 안정적인 인구증가율을 유지하고 있다.

스웨덴은 출산정책보다 여성 삶의 질을 개선하고 남녀평등을 달성하는 복지 정책으로 출산율을 끌어올리는 대표적 국가다. 특히 남성에게 육아의 책임을 동등하게 지우도록 제도 개선이 거듭되면서, 현재 스웨덴에선 소득의 80%를 보장받는 유급휴가 13개월을 포함해 최대 16개월의 육아휴직을 할 수 있다. 특히 부모 중 어느 한쪽만 휴직 기간을 소진하지 않도록, 적어도 ‘아빠의 달’로 불리는 두 달은 다른 쪽이 휴직해야 한다. 그 결과, 1970년대 후반~1980년대 초반 1.5였던 출산율도 최근엔 1.9 안팎으로 올랐다.

한국 정부가 10여 년간 100조 원에 이르는 돈을 투입하고도 출산율을 끌어올리지 못한 것에 반해 스웨덴은 별도의 출산 정책 없이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 상위권의 출산율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스웨덴 인구도 2000년 887만2000명에서 2005년 903만 명, 2010년 937만8000명, 2015년 979만9000명 등으로 안정적 증가추세다.

◇이민으로 극복한 싱가포르·독일

아시아의 금융허브 싱가포르도 1980년대부터 저출산과 고령화로 고민하다 그 해법을 이민에서 찾기 시작했다. 계속되는 출산 장려정책에도 아시아 꼴찌의 출산율을 벗어나지 못했던 싱가포르는 이주 노동자들을 적극 유입시킴으로써 생산가능인구를 확대하고 인구감소를 극복했다. 2000년대에는 ‘21세기 인력 유치계획’을 바탕으로 2년 이상 체류한 외국인에게는 영주비자 신청권을 줬다. 영주권을 받은 외국인에겐 공공주택 입주권 및 싱가포르의 공적연금 제도인 중앙적립기금 가입 등의 자격도 부여했다. 이에 따라 2000년 402만8000명이던 인구는 2015년 553만5000명으로 15년 사이 무려 37.4% 급증했다. 그러나 이민정책을 통한 인구감소 극복은 극심한 후유증을 피할 수 없다. 이주 근로자가 급증하면서 이들이 임금을 낮추고 주택 가격을 끌어올린다는 불만이 커진 것이다. 2013년에는 야외집회가 엄격히 금지된 싱가포르에서 수천 명이 모여 이민정책에 반대하는 집회가 잇따랐다. 이에 따라 싱가포르 정부는 2010년 전후로 적극적 이민장려 정책을 수정해 완급을 조절 중이다.

독일도 이민정책을 통해 인구감소를 극복한 국가다. 1960년대 이후 젊은층이 꾸준히 감소하며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심각했던 독일은 2004년(8252만 명)부터 인구가 본격 감소하기 시작해 2011년에는 8027만 명으로 최저점을 찍었다. 이후 독일 정부는 이민자들과 난민을 적극 수용하는 정책으로 돌아섰다. 2012년에는 ‘고학력자의 이민을 쉽게 하는 유럽연합(EU) 지침’을 시행한 데 이어, 2013년부터 해외 전문인력을 적극 유치하기 위한 ‘전문가 이니셔티브’ 정책을 펼쳤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난민·이민 수용에 적극적이었다. 이에 따라 독일 인구는 2015년 8169만 명, 2016년 8267만 명으로 계속해서 늘고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해 독일의 이민자 범죄는 가장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했고, 난민 수용에 반대하는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 지지율이 급등하기도 했다. 또 이민자들이 번 돈을 쓰지 않고 외국에 송금하는 등 소득이 국내 소비로 연결되지 않으면서, 경제부양 효과도 없이 자칫 사회적 갈등비용만 커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계속되고 있다.

김다영 기자 dayoung8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