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측 “매뉴얼 지키지 않았다” 잘못 인정

서울 서초구 방배초등학교에서 2일 어린 학생을 잡고 인질극을 벌인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남성은 ‘졸업증명서를 발급받기 위해 왔다’고 거짓말을 한 뒤 아무런 제재 없이 교문을 통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학교 측은 “학교보안관이 신원확인 등 매뉴얼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서울 방배경찰서는 인질강요 혐의로 양모(25) 씨를 붙잡아 조사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양 씨는 이날 오전 11시 47분쯤 방배초 교무실에서 쉬는 시간에 물품을 가지러 온 여학생에게 흉기를 들이댄 채 “기자를 불러달라”고 요구하며 난동을 부린 혐의를 받고 있다.

학교보안관의 신고를 받고 경찰특공대·기동타격대 등을 현장에 투입한 경찰은 양 씨와 근접한 곳에서 대화를 시도하며 물을 건넸다. 양 씨가 물을 마시다 갑자기 간질 증세를 보이자 이 틈을 타 대치 약 1시간 만에 검거에 성공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검거 직후 인질로 잡혔던 학생은 외상은 없지만, 정신적 충격을 받아 인근 병원으로 호송됐다. 양 씨도 간질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는 상태라고 경찰은 전했다.

학교 측은 양 씨가 교문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신원을 확인하는 등 제대로 된 매뉴얼을 준수하지 못했다고 시인했다. 신미애 방배초 교장은 오후 2시 40분쯤 교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양 씨가) 오전 11시 30분쯤 우리 학교 졸업생이라면서 졸업증명서를 떼러 민원인으로 들어왔다”며 “행정실을 지나 교무실에 11시 33분쯤 들어왔다”고 밝혔다. 이어 “(양 씨를) 방배초 졸업생으로 알고 있으며, 학교보안관이 절차상 학교를 드나드는 민원인으로부터 신분증을 받아 출입기록을 작성해야 하나 양 씨가 출입할 당시에는 적지 않았다”며 “졸업생이라고 하고 젊어서 보안관이 그 부분을 놓친 것 같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또 “평소에는 신분증을 제출받지 않은 적이 없다”며 “공교롭게 이번에 그렇게 된 것”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경찰은 향후 구체적인 범행동기와 경위 등을 조사한 뒤 양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김성훈 기자 powerkimsh@